"음식값은 부담 없어야 적정가" 가격 70% 낮추고 품질은 고수…동네가게서 점포 1000개로
외식업은 진입장벽이 낮고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도 다양해 창업자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업종 중 하나다. 일본시장은 특히 더 그렇다. 일본의 음식점 수는 60만개가 넘는다. 인구 200명당 1개꼴로 미국이 500명당 1곳인 것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오래 살아남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원가절감을 통한 저렴한 메뉴 개발로 불황 속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는 곳도 있다. 바로 이탈리안 레스토랑 사이제리야다.

1973년 작은 식당으로 시작한 사이제리야는 현재 정규직만 2000명이 넘는 기업으로 발전했다. 일본 내 점포 수가 1000개가 넘고 중국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점포를 확장하고 있다.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1104억엔(약 1조223억원)이 넘는다. 평범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세계적인 외식업체로 만든 데는 사이제리야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쇼가키 야스히코의 고객중심 정책이 있었다.

채소가게 2층의 작은 식당이 점포 1000개 넘는 대형 프랜차이즈로

1967년 도쿄 이과대학 학생이던 쇼가키 야스히코는 작은 식당을 창업했다. 채소가게 2층에 있는 작은 가게였다. 좋지 않은 자리 탓에 장사는 잘 되지 않았다. 늦게까지 일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새벽 4시까지 영업시간을 연장했지만 오라는 손님은 안 오고 동네 폭력배들만 모여들었다. 결국 불량배들끼리 싸움이 나 석유난로가 넘어지는 바람에 가게에 불이 났다. 식당을 시작한 지 7개월 만에 그는 문을 닫아야 했다.

1년 후 대학을 졸업한 쇼가키는 다시 식당을 내기로 결심했다. 서두르진 않았다. 손님들이 어떤 음식을 많이 사먹을지를 고민하다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매출액이 높은 채소는 토마토, 곡물은 밀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토마토와 밀가루로 만드는 것이라면 파스타구나 하는 생각으로 이탈리안 식당을 내기로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다른 자리를 찾는 그에게 어머니는 “그 자리가 제일 좋은 자리니 다시 그곳에서 식당을 하라”고 조언했고, 1973년 같은 자리에 사이제리야라는 이름으로 이탈리안 식당을 다시 열었다.

가게를 다시 열었지만 손님은 늘지 않았다. 그는 확실한 차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시세보다 70% 이상 저렴한 획기적인 가격 정책을 펼쳤다. 스파게티 한 그릇 가격을 150~200엔(약 1400~2000원)으로 내렸다. 그러자 하루 20명도 찾지 않던 식당엔 600명이 넘는 손님이 찾아들었다. 가게 하나로는 도저히 밀려드는 손님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는 시내에 점포 네다섯 곳을 추가로 열었다. 1000개가 넘는 매장으로 발전하는 첫걸음이었다.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

가격을 70% 내린 것에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쇼가키 회장의 신념이 담겨 있었다. 그는 고객들이 부담없이 와서 먹으려면 요리 하나의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고 봤다. 음식가격을 정할 때는 가장 잘 팔리는 소모품 가격을 참고했다. 한번 쓰고 버리는 물건에 지불할 수 있는 금액 정도라면 저항감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주간지 가격인 200엔 수준으로 가격을 정했다. 고객들이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가격이 적정한 음식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값은 내렸지만 맛을 포기할 순 없었다. 그는 음식맛의 70%는 재료가 결정한다고 생각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재료를 살 때 가격보다는 품질에 중심을 두고 판단했다. 지금은 전문 검수 직원을 두고 있지만 점포 수가 200개 정도일 때까지는 모든 제품의 검수를 직접 할 정도로 품질을 강조했다. 사이제리야의 평균 원가율은 30% 중반대로 일반 음식점보다 5%포인트 이상 높다.

대신 그외의 부분에서 비용을 줄였다. 1997년부터 수직형 유통관리를 도입해 제조공정 전부를 스스로 관리했다. 채소나 쌀은 자사 농장에서 재배·수확하고 햄버그스테이크나 소스 등은 호주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한다. 이탈리아 정통 식재료가 필요한 경우엔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고 있다.

직원들도 만족하는 회사

내부 고객인 직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쇼가키 회장은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원을 교육해 인재로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는 인재육성을 위해 ‘경험’을 강조했다. 쇼가키 회장은 “한 사원의 업무상 능력을 좌우하는 것은 지식이 20%, 경영철학의 이해가 10%, 경험이 70%”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을 쌓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라고 말했다.

다양한 경험을 위해 정기적인 인사 이동을 통해 여러 분야를 체험할 수 있게 해줬다. 그는 한 부서에선 18개월 이상 있지 못하게 했다. 그 이상으로 같은 부서에 있어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적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종업원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하기보다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테이블을 닦는 것도 ‘깨끗이 닦아라’라고 하지 않았다. ‘행주를 테이블 위에서 좌우로 네번 왕복시킬 것’이라고 명확하게 순서를 정해 알려줬다.

쇼가키 회장은 직원들에게 나이에 따른 성장 목표도 정해줬다. 먼저 20대에는 점포에서 모든 현장 작업을 마스터하게 한다. 30대에는 일상 업무의 개선안을 제시하도록 했다. 개선안을 내는 경험을 통해 40대엔 가게의 자세, 업무 방법을 근본부터 바꾸는 ‘개혁안’을 내야 한다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그리고 50대에는 20~3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그는 “회사가 매일매일 개선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계에 달했을 때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며 “이때 중요한 것이 인재로, 인재 없이는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