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호세프-네베스 결선투표…흔들리는 '삼바경제' 향배는
5일(현지시간) 실시된 브라질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집권 노동자당(PT)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66)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과반을 얻지 못해 오는 26일 2위 아에시우 네베스 브라질사회민주당(PSDB) 후보(54)와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 침체와 물가상승, 외환보유액 급감 등 불안한 경제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국민들은 지난 12년간 쌓아 온 경제 성과를 거는 모험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투표 결과를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변이 없는 한 결선 투표에서 호세프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하다고 보면서도 네베스 후보가 빠르게 세력을 불리고 있는 점이 변수라고 전망했다.

○‘아마존 여전사’ 시우바는 탈락

브라질 대선, 호세프-네베스 결선투표…흔들리는 '삼바경제' 향배는
브라질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대선 1차 투표 결과 호세프 대통령이 41.6%, 네베스 후보가 33.6%를 득표했다고 발표했다. ‘아마존 여전사’로 불리며 브라질 대선 정국을 흔들었던 브라질사회당(PSB)의 마리나 시우바 후보는 21.3%로 3위에 머물러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시우바 후보는 지난 8월 PSB의 에두아르두 캄푸스 후보가 항공기 추락사고로 사망하면서 대통령 후보가 돼 초반 여론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취약한 정치적 기반이 막판 발목을 잡았다. AFP통신은 “브라질 국민들은 변화를 원했지만 급격한 변화 대신 집권 노동자당을 다시 한번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브라질 정계 안팎에서는 호세프 대통령이 브라질 헌정 사상 세 번째로 연임하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다타폴랴와 이보페가 대선 1차 투표 직전 마지막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호세프 대통령이 결선 투표에서 네베스 후보와 맞붙을 경우 네베스 후보를 6~7%포인트 차이로 앞설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네베스 후보가 막바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을 꾸준히 높여온 점이 변수로 꼽힌다. 시우바 후보 지지자의 60% 이상은 시우바 후보 다음으로 네베스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1야당 후보 네베스 막판 돌풍

브라질 대선, 호세프-네베스 결선투표…흔들리는 '삼바경제' 향배는
제1야당인 PSDB의 네베스 후보는 브라질의 유명 정치인 탄크레두 네베스의 외손자다. 탄크레두 네베스는 미나스제라이스 주지사를 지냈고 주앙 고울라르 대통령 정부(1961~1964년)에서는 총리를 역임했다. 정치가문에서 자란 네베스 후보는 20대에 정계에 입문했다. 1986년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후보로 연방하원의원에 당선됐으며, 1990년대 들어 PSDB로 당적을 옮겨 2001년 40세의 젊은 나이로 연방하원의장에 선출됐다. 2002년 미나스제라이스 주지사에 당선돼 연임한 그는 2010년 연방상원의원으로 뽑혔고, 작년 PSDB 대표에 이어 올해 대통령 후보가 됐다.

브라질 시사주간지 에포카는 2007년부터 매년 네베스 후보를 ‘브라질을 움직이는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네베스 후보는 대선 1차 투표에서 2위가 확정된 뒤 “변화를 열망하는 유권자들을 대변하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네베스 후보는 호세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실패를 집중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의 재임 기간 경제성장률은 계속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은 정책 목표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네베스 후보는 브라질의 세제 개편과 투자 촉진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내심 브라질 정권 교체를 통한 시장 우호적 정책과 규제 완화 등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며 “네베스 후보의 예상 밖 선전으로 브라질 증시와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초 호세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소식에 브라질 증시의 보베스파지수는 11.9% 떨어지고 달러화 대비 헤알화 가치가 8.7% 급락하기도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