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쇼룸으로 꾸민 까사미아 ‘샘플 하우스’
아파트를 쇼룸으로 꾸민 까사미아 ‘샘플 하우스’
서울 서초동에 사는 주부 김다연 씨는 18년 동안 쌓인 살림살이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오랜 기간 한 아파트에서 살다보니 싫증이 나기도 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싶어 찾은 곳은 ‘모델하우스처럼 꾸민 가구 샘플하우스’. 아파트 한 채를 가구 제품으로 꾸민 곳으로 여러 스타일 가운데 하나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 김씨는 “작은 소품 하나까지 내가 선택한 스타일에 맞춰 구성해주니 마치 새집으로 이사온 느낌”이라며 만족해했다.

집 같은 ‘가구 샘플하우스’

실제로 사는 집처럼…'쇼룸'같은 가구전시장 뜬다
가구 판매 공간이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전시장에 여러 가구를 꽉 차게 진열해놓고 팔았으나 요즘은 사람들이 실제로 사는 공간처럼 꾸민 ‘쇼룸’ 스타일의 전시장이 뜨고 있다.

까사미아가 지난 1일 분당 서현동 한양아파트에 마련한 샘플하우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파트 분양을 받기 전에 둘러보는 모델하우스처럼 아파트 한 채를 빌려 까사미아 제품으로 구성했다. 195㎡ 크기 아파트를 은은한 아이보리와 브라운 계열의 ‘노르딕 내추럴’ 스타일로 꾸몄다. 58개 가구와 200여개 침구 및 생활소품이 이 아파트에 들어가 있다.

최수영 까사미아 홍보팀장은 “기존에는 3차원(3D) 영상으로 만든 인테리어 모델을 고객에게 보여주는 식으로 판매했는데 직접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 샘플하우스를 만들게 됐다”며 “1991년 준공한 뒤 한 번도 인테리어를 고치지 않은 노후 아파트를 까사미아가 직접 리모델링해 샘플하우스로 만들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렇게 바꿀 수도 있구나’라고 더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 넵스는 주방가구와 사무가구 등으로 구성한 전시장을 최근 서울 논현동에 열었다. 기업 대상 판매 위주이던 가구 사업을 일반 소비자 위주로 바꾸고 주방가구뿐만 아니라 사무가구 쪽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전시장을 쇼룸 스타일로 꾸몄다.

가구업체들은 쇼룸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찾아오는 소비자에게 상담 및 판매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전통적인 방식의 ‘가구 매장’보다는 쇼룸 형태의 대형 전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판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추세”라며 “증가하는 리모델링 수요를 잡기 위해 집안을 직접 보는 것처럼 전시장을 꾸민다”고 설명했다.

욕실도 모델하우스 스타일

한샘은 지난 7월 ‘찾아가는 바스(욕실)’ 이벤트를 열고 탑차를 두 가지 스타일의 욕실로 꾸며 수도권과 부산 대구 마산 울산 등 대도시를 돌았다. 욕실 벽체와 바닥은 물론 도기, 액세서리까지 갖춘 욕실 쇼룸이었다. 1900여명이 이 탑차를 찾았고 700여명이 견적을 냈다. 원래 7월 말까지 기획한 행사였지만 소비자들의 요청이 많아 9월 말까지 연장했다.

대림바스는 일찌감치 욕실 리모델링 수요를 겨냥해 9가지 스타일의 욕실세트를 쇼룸 형태로 볼 수 있는 논현점을 2010년 11월 열었다. 지난해 이곳 매출이 전년 대비 91%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58% 증가율을 보였다. 대림바스는 올해 1월 논현점을 재단장한 데 이어 지난달 2호 쇼룸 중곡점(서울 광진구)을 430㎡ 규모로 마련했다. 11가지 욕실 세트를 직접 둘러보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케아와 차별화 포인트 잡아야

국내 가구업체들이 가구나 욕실 전시장을 쇼룸 스타일로 꾸미는 마케팅을 하는 것은 스웨덴 가구기업 이케아를 의식한 측면도 있다는 게 가구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연간 4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1위 가구기업 이케아는 올해 12월 경기 광명시에 1호점을 낸다. 총 60여개 공간을 실제 집안처럼 구성해 보여주는 초대형 쇼룸 스타일 전시장이다. 이케아가 문을 열기 전에 국내 가구업체들도 대형 쇼룸을 경쟁적으로 내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한 가구 브랜드 관계자는 “이케아가 연말에 들어오기 때문에 국내 가구 브랜드들이 서비스 강화, 대형 전시장 확대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며 “단순히 따라하기보다는 남다른 차별화 전략을 갖춰야 이케아와의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