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DNA 배워 가자"…외국 인재, 매년 수백명씩 한국서 근무
삼성이 매년 외국인 엘리트 수백명을 국내로 데려와 핵심 인재로 키워내고 있다. 해외 전문가를 육성하는 ‘지역전문가 제도’를 역발상으로 바꾼 ‘글로벌 모빌리티(한국주재원)’라는 제도를 통해서다. 인재를 중시해온 삼성은 ‘글로벌 모빌리티’ 제도를 통해 능력 있는 현지인을 해외 사업장 전면에 내세워 해외 사업 효율을 높여 간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한국에서 1~2년간 일하며 본사와 한국 문화를 체득한 외국인 임직원이 세계로 나가면서 삼성의 글로벌 경영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엘리트 외국인 수백명씩 한국 근무

삼성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매출의 90%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임직원 규모도 해외가 14만명으로 국내 9만명보다 훨씬 많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언제까지나 한국인 직원이 해외에 가서 현지 법인을 맡을 순 없다”며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현지 임직원이 해외 법인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 같은 판단에 따라 글로벌 모빌리티 프로그램을 2009년 시범 도입을 거쳐 2010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리더가 될 수 있는 글로벌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해외 임직원의 조직 일체감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이렇게 그동안 글로벌 모빌리티를 경험한 임직원이 700여명을 넘는다. 또 현재 국내에 근무 중인 외국인 임직원이 200여명이다. 삼성전자 소속이 150여명이고, 삼성전기 삼성SDI 등 계열사 임직원이 50여명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모빌리티’라고 부르지만, 대부분 계열사는 ‘한국주재원’ 제도라고 부른다. 삼성전자는 해외 법인이 210여개에 달해 외국인 직원이 한국이 아닌 제3국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계열사는 한국 본사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모빌리티는 대표적인 글로벌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며 “대상자를 한 해 300~50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각 법인은 실적이 우수한 임직원 중 한국 근무를 희망하는 인재를 선발한다. 이들이 한국에 오면 근무지 인근에 집을 마련해주고 멘토(mentor) 등 후견인을 지정해 돕는다. △주재수당 △주택수당 △자녀 학자금 지원 △한국어 교육 △건강검진 지원 등 해외에서 일하는 한국인 주재원과 똑같은 처우를 해준다.

◆현지화 앞장설 리더 키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2011년 삼성이 글로벌화에 성공한 요인으로 ‘지역전문가’ 제도를 꼽았다. 1990년 시작된 이 제도는 국내 직원들이 세계 곳곳에 파견돼 1~2년간 별다른 조건 없이 현지 언어와 문화를 익힐 기회를 준다. 1인당 평균 1억원 이상이 투자되는 이 제도를 경험한 인력이 벌써 5000명을 넘는다. 1990년대 태국에 파견됐던 한 직원은 현지 경영대학원을 다니며 총리 등과 친분을 쌓아 2000년대 중반 삼성이 태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이는 데 공헌하기도 했다.

지역전문가 제도를 역으로 뒤집은 게 글로벌 모빌리티다. 본사에서 일해본 외국인 인재는 본사-법인 간 업무 프로세스를 잘 알 뿐 아니라 네트워크도 넓어진다. 이를 통해 앞으로 해외 법인으로 돌아가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작년 11월 한국에 온 러시아 연구개발법인 소속인 모 책임연구원은 “향후 경영직을 맡아 꿈을 이루는 데 본사에서의 업무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