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추억의 '동네서점' 부활
전자책과 인터넷 서점이 보편화된 미국에서 옛날식 동네 서점 바람이 불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전자책과 종이책을 함께 즐기는 독자층이 급격히 늘면서 미국에서 동네 서점이 부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형 서점 체인인 보더스가 파산하고 반스앤드노블마저 경영난을 겪는 상황에서 동네 서점의 등장이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주 프레데릭 시내에 문을 연 ‘큐리어스 이구아나’가 대표적이다. 서점 주인 메릴린 잉글랜드는 “사람들이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서점을 여느냐’고 핀잔을 줬지만 결국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뉴욕 브루클린의 ‘워드’나 미시간주 칼라마주의 ‘북버그’ 등 유명 동네 서점들이 새로운 매장을 내 인기를 누리고 있다. WP 기자 출신으로 몇 년 전 워싱턴 ‘폴리틱스앤드프로스’ 서점을 인수한 브래들리 그레이엄도 최근 판매 호조에 힘입어 2호점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 서점은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두 딸을 데리고 방문, 책 20여권을 구입(사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적 소매상 단체인 미국서점협회(ABA)에 따르면 2008년 1600명까지 줄어들었던 회원 수가 지난해는 2022명으로 전년보다 6.4% 증가했고, 최근 몇 년간 책 판매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전자책과 종이책을 함께 읽는 ‘하이브리드 독자’ 덕분에 동네 서점이 부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코덱스그룹에 따르면 도서 구매자의 64%가 전자책과 종이책을 동시에 읽는 하이브리드 독자다.

각 서점의 자생 노력도 주효했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실제로 그레이엄은 전자책업체 코보와 계약을 맺고 할인된 가격에 전자책 단말기와 전자책을 팔고 있다. 그는 “전자책 판매로 큰 이익을 내고 있지는 않지만 코보와의 계약을 통해 저자와의 만남이나 책을 테마로 한 여행 등의 이벤트를 통해 부가 수익이 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아마존도 동네 서점을 통해 전자책 단말기 킨들과 전자책을 판매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