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우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증시는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6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상장사들의 4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눈높이는 낮아지고 있다. 증시 상승 재료로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사 3곳 이상 추정치를 낸 주요 상장사들의 예상 영업이익은 31조7528억 원. 세 달 전 34조5655억 원에서 지난달 32조7685억 원, 지난주 31조8121억 원으로 낮아졌다. 3개월 만에 이익 추정치는 8% 넘게 떨어졌다.

윤제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경제가 흑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설비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소비심리 회복 징후도 없어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테이퍼링 시기의 문제가 남아있지만 테이퍼링 시행 이후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글로벌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며 "튼튼한 펀더멘털(기업가치)로 좋은 실적을 내야 글로벌 자금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4분기 실적 모멘텀(상승동력)이 약해 내년 초 증시는 박스권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국내 증시는 뚜렷한 모멘텀이 없어 횡보할 가능성이 크다" 며 "1950~2100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4분기 실적 개선이 점쳐지는 업종과 종목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계절적 성수기를 맞은 철강업종의 4분기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며 "신작 게임의 중국 흥행 기대가 높아진 엔씨소프트와 실적 개선 기대가 큰 신세계인터내셔날, CJ E&M, 모두투어 등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추천했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