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입동(立冬)’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주식시장에서는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특히 올해는 상장 기업들의 연말 배당금이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전망이어서 약세장 투자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제철을 만난 배당주들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찬바람 부는데…배당주 찬밥신세

○연말 배당수익률 3년 만에 ‘UP’

12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와 KDB대우증권 등에 따르면 코스피200 종목의 올 연말 예상 배당수익률은 평균 1.15%(11일 종가 기준)다. 2011년과 지난해 1.09%로 정체돼있던 것과 비교하면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배당을 늘리기로 한데다 은행 보험 등 3월 말이던 금융회사들의 결산 시기가 올해부터 12월 말로 바뀌면서 연말 배당금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됐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 종목의 시가총액이 작년 말과 비슷한 점을 감안하면 연말 전체 배당총액 규모가 6%가량 증가한다는 의미”라며 “금융위기로 주가가 큰 폭 하락하면서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2011년을 제외하고 배당금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상 2008년 이후 5년 만”이라고 말했다.

종목별로도 KT(2000원→2031원) KT&G(3200원→3257원) 에쓰오일(2650원→2686원) 두산(3500원→4142원) 강원랜드(755원→844원) 에이블씨엔씨(500원→583원) 등 대표 고배당주들의 주당 배당금(DPS)이 작년보다 2~1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차익실현·과세부담에 주가 ‘휘청’

하지만 이달 들어 주요 배당주 주가는 대부분 약세다. 올 상반기 유례없는 배당주 투자 열풍에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데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인하로 일부 자산가들이 배당주 투자비중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균 KBD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저금리 기조에 주가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올 들어 우선주를 비롯한 고배당주와 배당주펀드에 유독 시중자금이 많이 몰렸다”며 “이 과정에서 배당수익보다 높은 자본차익(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이 상승 둔화 국면에서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4000만원이던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2000만원으로 낮아진 점도 연말까지 배당주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배당수익률이 워낙 낮아 배당주만으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하반기 주가 상승으로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수익이 확정되면서 배당주 비중 축소를 고민하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박환기 대신증권 청담지점장은 “배당주나 ELS 등 안정적인 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던 금융자산 2억~3억원 규모 고객들을 중심으로 연말 과세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응철 신영증권 APEX패밀리오피스 부장도 “자녀들에게 증여한 계좌에 새로 과세 부담이 발생하거나 실질적으로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나는 금융소득 7000만원 이상 거액 투자자들도 포트폴리오 조정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경험적으로 11월은 배당주 투자의 적기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학균 팀장은 “과거 수익률 분석 결과 배당주 주가는 11~12월이 아닌 8~9월과 배당락 이후 주가가 회복되는 이듬해 1~2월이 상대적으로 좋았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