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가락 세리머니'를 펼친 이집트 스포츠 선수들이 잇따라 중징계를 받고 있다.

네 손가락 세리머니는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며 이집트 카이로의 '라바'(Rabaa) 광장에서 연좌농성을 하다가 진압에 희생된 시위대와의 연대감을 표현하는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라바 광장의 이름은 아랍어로 네 번째를 의미하는 '라비아'(Rabia)라는 말에서 따왔다.

이집트 프로축구 알아흘리는 12일 경기 중에 정치적 세리머니를 펼친 책임을 물어 아메드 압둘 자헤르를 다음 달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선수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격수 자헤드는 전날 올랜도 파이리츠(남아프리카공화국)와의 아프리카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엄지를 접고 네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자헤드를 앞세운 알아흘리는 전날 챔피언스리그 결승 홈 2차전에서 올랜도를 2-0으로 꺾고 합계 3-1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알아흘리는 아프리카 챔피언의 자격으로 다음 달 모로코에서 열리는 클럽월드컵에 진출해 아시아 챔피언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1회전을 치른다.

앞서 우슈의 격투 종목인 산타에서 챔피언에 등극한 이집트 선수도 국제대회에서 '네 손가락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았다.

무함마드 유세프는 지난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세계컴뱃선수권대회에서 90㎏급 금메달을 획득하고서 네 손가락이 새겨진 노란 티셔츠를 입고 시상대에 올랐다.

이집트우슈협회는 유세프의 금메달뿐만 아니라 이달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세계우슈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자격까지 박탈했다.

이집트 체육 당국은 "스포츠의 정치 개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제재 사유를 밝혔다.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경쟁국의 진정이나 조직위원회의 감시 결과가 아닌 자율규제 때문에 선수의 메달이 박탈되는 사례는 보기 드문 일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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