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선임대·후분양’이 늘고 있다. 투자자들이 공실 우려 때문에 분양받는 것을 꺼리자 아예 든든한 임차인을 들이고 난 뒤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공실 걱정 덜고 중개수수료 절감돼

선임대·후분양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공실 우려가 큰 대형 상가들이다. 대형 스트리트몰로 관심을 끌었던 인천 송도센트럴파크1몰(센원몰)과 메세나폴리스가 대표적이다. 센원몰의 분양대행사인 엔티파크의 전제원 본부장은 “임대를 시작한 지 2년 만인 지난해부터 분양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현재 입주율이 80%를 넘었고, 분양도 78%를 넘겼다”고 말했다.

이 상가는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코람코자산운용도 분양받았다. 전 본부장은 “송도는 상권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임차인이건 임대인이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임차인에게는 초기 수수료를 적게 받으면서 부담을 덜어줬고, 임대인에게는 공실의 걱정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센원몰은 시내면세점이 입점 예정인 커넬워크와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이 들어설 아이타워와 가깝다. 이런 호재 덕분에 입점 문의가 빠르게 늘고 있고, 이미 입점된 업체들은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 전용면적 130㎡가량의 한 매장은 월 매출이 8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복된 업종을 배제하다 보니 추가 입점에는 시간이 걸리고 있다.

한편 '피겨여제' 김연아는 지난 2010년 약 30억원을 투자해 복합상가 '커넬워크' 4블록에 있는 상가 3채를 구입하기도 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 들어선 메세나폴리스도 선임대·후분양을 통해 초창기의 우려를 씻고 상권 활성화를 이뤄가고 있다. 이서형 메세나공인중개사 사무소는 “여기는 미용실도 1개, 분식집도 1개일 정도로 구획에 맞도록 상가를 맞추고 있다”며 “세아제강이나 LIG 등 기업들도 주변으로 이주하면서 직장인 중심의 상권이 발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행사나 분양 대행사 입장에선 분양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선임대·후분양을 선택하고 있다. 이들은 단기간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업종 구분을 두면서 임차인을 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임차인에게 상권을 보호해 주면 그만큼 꾸준한 매출이 보장되고, 이는 곧 임대인의 안정적인 수익으로 이어지는 까닭이다.

상가를 분양받는 입장에선 공실 부담을 더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중소형 빌딩들의 공실률이 증가해 건물주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빌딩을 운용하는 입장에선 낮은 임대료보다 공실이 더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또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하지 않아 중개 수수료를 절감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시행사나 분양대행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데다 임차된 상가가 은행, 병원 혹은 대기업 프랜차이즈라면 5년가량의 장기 계약을 하기 때문이다. 보통 상가의 경우 임대차 계약은 1년마다 갱신한다.


◆아파트 근린상가까지 확산

선임대·후분양은 근린상가 단지내 상가 등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의 삼송프라자는 은행, 병의원, 약국 임대가 완료된 상태에서 분양에 나서고 있다.

서울 세곡지구의 ‘리더스프라자’ 상가, 응암동의 ‘힐스테이트’ 단지내 상가, 경기 용인시 서천동의 ‘에스비타운’ 상가 등도 기업형슈퍼마켓(SSM) 은행 약국 병원 학원 등이 입점된 상태에서 분양하고 있다.

상가 전문가들은 다만 선임대·후분양을 악용하는 공급업체도 많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임시로 가짜 임차인을 들여 놓거나 임차인과 짜고 많은 월세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부풀리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견된다는 것이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상가의 경우라면 세입자 현황을 명확히 체크하고 현실적인 임대가 책정 여부를 주변 시세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병한 상가114 대표도 “실물 경기 영향으로 월세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월세 저항이 적은 업종인지 여부와 세입자의 과거 운영경험, 불황에 강한 업종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