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당 100만원 하던 땅값이 5년 사이에 1000만원이 됐습니다. 이건 한옥과 전통이 만들어 낸 기적입니다.”(이인철 전주 풍남동 다복공인 대표)

요즘 전북 전주시 풍남동·교동 일대 한옥마을 중개업소엔 전국 각지로부터 투자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4~5년 새 전주 한옥마을이 내·외국인의 관광명소로 급부상하면서 미래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강남 부자들도 서울의 북촌 서촌에 이어 전주 한옥마을 내 부동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한옥과 전통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지역 부동산이 부상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광객 급증에 투자자 몰려

전주 한옥마을은 전주 풍남동·교동 일대에 29만6330㎡(약 8만9640평) 규모로 들어서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한옥주거지다. 전통 한옥 540여채가 모여 있는 이 마을엔 전통카페 식당 등의 상가와 함께 교동아트센터, 최명희문학관, 한옥 체험관, 전통술 박물관, 부채 체험관, 공예 체험관 등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전시 시설들이 어우러져 있다.

이곳은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2000년대 말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2010년 슬로시티국제연맹이 ‘슬로시티’로 지정한 후 외부 발길이 급증했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이 작년 4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48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렇다 보니 한옥마을의 ‘몸값’이 최근 몇 년 새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한옥마을 내 이면도로 3.3㎡당 토지 가격은 2007년 100만~150만원에 불과했지만 현재 최고 1000만원을 호가한다. 한옥 체험관과 전시관 등이 밀집한 A급 상권의 경우 토지가격이 같은 기간 3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올랐고, 건물을 포함하면 2000만~2800만원에 거래된다.

다복공인의 이인철 대표는 “최근 중심 상권의 경우 매도자가 3.3㎡당 호가를 시세보다 1000만원 이상 높은 4000만원까지 불러 거래가 안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옥마을 효과’로 주변 지역 몸값도 함께 오르는 추세다. 한옥마을과 함께 주변 일대를 둘러보는 사람이 많아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난 까닭이다. 한옥마을 초입에는 천주교 순교 유적지이자 영화 ‘약속’의 촬영지인 전동성당을 비롯해 전주비빔밥·콩나물국밥 등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전통 시장, 전주동물원 등이 있다.

○전통의 가치 ‘재조명’

전주 한옥마을이 이같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면서 전통의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이 많다.

전주 한옥마을에 사는 A씨는 “2000년대 초만 해도 슬럼화된 지역이란 인식이 강해 사람들이 떠나고 매물이 눈덩이처럼 쌓였다”며 “각박한 도시생활에서 떠나 휴식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데다 ‘한류 열풍’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덕에 지역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곳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올 상반기 14만4000여명으로 작년(5만4000여명)에 비해 166% 증가했다.

최근 전주시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역 홍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전주시는 마을 내 면세점 유치를 추진하고, 마을과 연계된 역사체험 둘레길을 조성하고 있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투자 목적으로 접근할 경우 건물 용도가 제한돼 있고 현재 가격이 높아 수익률이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