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M30d', 화려한 외모에 치명적인 연비…'나쁜 여자' 스타일
드라마 ‘착한 남자’에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쁜 여자’로 나오는 박시연은 인피니티 ‘M30d’를 탄다. 적절한 캐스팅이다. 집에서도 풀 메이크업, 부티크 패션을 장착하는 대기업 사모님과 고성능 럭셔리카는 잘 어울리는 궁합이다. 욕망으로 불타는 ‘악녀 스타일’도 닮았다. 독일 디젤 세단을 꺾어보겠다는 야심이 대단하다.

M30d는 일본 브랜드 중 국내에 처음 선보인 디젤 세단이다. 올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디젤 엔진을 얹은 ‘인피니티FX’를 내놓았지만 반응이 영 신통치 않자 폭발적인 성능의 세단으로 다시 도전장을 던졌다. 2993㏄ V6 디젤엔진을 달아 최고 238마력, 56.1㎏·m의 토크를 발휘한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 시간)은 6.9초. 타보니 과연 ‘퍼포먼스 디젤’이라고 자신만만할 만했다. 비슷한 가격의 베스트셀링 모델인 디젤 세단 BMW 520d와 비교하면 치고 나가는 힘이 월등히 좋다.(520d가 2000㏄인 것을 감안하면 공정한 승부라고 할 수 없지만) 가속페달을 밟는 대로 ‘쭉쭉’ 시원스럽게 나가기 때문에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돈에 신경 안 쓰는 ‘사모님’답게 연비는 관심 밖이다. 디젤 차량이라 하기에 민망한 13.1㎞/ℓ(구연비 기준)다. 520d(19.9㎞/ℓ)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같은 3000㏄급 엔진을 얹은 아우디 A6 3.0 TDI와 비교하자고? 기름 많이 먹기로 유명한 아우디도 13.5㎞/ℓ의 연비를 자랑한다.

동그란 스위치를 돌려 에코 모드로 맞춰도 연비가 크게 좋아지진 않았다. 시승행사 때는 에코 모드로 달리다가 차가 ‘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이 불편한 진실. 왜 이러는 걸까요.

다른데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가죽보다 더 가죽 같고 땀구멍이 살아 숨쉰다는 ‘쫀쫀한’ 소재의 시트하며, 은은한 광택으로 빛나는 물푸레나무 우드트림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더 놀라운 것은 자체 장착된 ‘페브리즈’ 기능이다. ‘포레스트 에어 시스템’은 센서로 냄새, 습도를 감지해 공기를 정화하고 자연풍 바람과 풀향기를 보내는 것도 모자라 이온을 생성해 시트의 찌든 냄새까지 제거한다. 5000원짜리 방향제 하나 놓아주면 될 것을. 럭셔리만 추구하다보니 알맹이는 쏙 빼고 껍데기에 치중했다는 느낌이다.

인피니티 'M30d', 화려한 외모에 치명적인 연비…'나쁜 여자' 스타일
요즘 인피니티는 이름처럼 무한대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수입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0% 급증했지만 인피니티는 반토막이 났다. 수입차 브랜드 중 꼴찌다. M30d 디젤은 두 달간 26대 팔렸다. 수입차 모델명을 줄줄 꿰는 요즘 세대들도 아이돌그룹 인피니트는 알아도 인피니티는 모른다. BMW, 아우디에 길들여진 소비자가 기꺼이 6280만원을 주고 M30d로 돌아서게 만드는 팜파탈의 매력, 그게 필요하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