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부품을 실은 트레일러가 부산에서 후쿠오카현의 닛산자동차 공장으로 직행한다. 한국산 자동차 부품을 본격 수입하는 닛산은 물류혁신으로 운송시간을 4시간 줄이고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50달러가량의 비용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부품업체들도 닛산을 비롯해 다른 일본 완성차 업체에 부품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일 간 ‘서플라이 체인’(부품 공급망)에 물류비용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서 일본으로 트레일러 ‘직행’

16일 업계에 따르면 닛산의 한·일 간 부품 물류를 담당하고 있는 일본통운은 지난 9일 20대의 피견인 트레일러에 대해 한국 국토해양부로부터 번호판을 부여받았다. 피견인 트레일러는 트럭에서 엔진이 달린 트랙터를 제외한 짐을 싣는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다.

닛산은 이 피견인 트레일러를 이용해 다음주부터 한국산 부품을 공급받을 계획이다. 20여개 국내 부품사들을 순회하며 부품을 수집한 피견인 트레일러가 부산~시모노세키 간 ‘부관 페리’로 대한해협을 건넌 뒤 일본 내 도로를 달리는 방식이다. 트레일러는 공통으로 사용하고 트레일러를 끄는 트랙터는 양국에서 다른 것을 이용한다.

지금까진 한·일 간 상호주행이 법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수출입 시 트레일러에 실린 화물을 선박에 선적한 후 도착지에서 다시 트레일러에 옮겨 실어 운송하는 과정을 거쳤다. 한·일 간 트레일러 상호주행이 이뤄지면 컨테이너 환적 절차 없이 바로 트랙터에 연결, 빠른 운송이 가능하다. 정송이 국토해양부 물류정책과 사무관은 “피견인 트레일러가 양국 상호주행을 하면 수출입 과정 중 상하역 절차가 축소돼 운송시간이 4시간 단축된다”며 “TEU당 50달러에 달하는 비용절감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일 양국은 지난 7월 열린 ‘제4차 한중일 교통물류장관회의’에서 트레일러의 상호 주행 실험을 하기로 합의했다. 한·중 간 상호주행은 2010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한국산 부품 수출 호재

닛산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부품사는 현재 26개로, 앞으로 물량과 업체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닛산은 6월 일본에 출시한 신차 ‘NV350 캐러밴’의 부품 중 20%를 한국산으로 구성했다. 닛산은 연간 한국산 부품 수입액이나 연간 트레일러 운행 횟수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 따르면 내년에 하루 3~4대의 트레일러가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부관 페리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최대 1500대가량의 40피트급 피견인 트레일러가 일본으로 부품을 실어나르는 셈이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한국산 부품은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데다 거리상으로도 한국이 가까워 물류비가 적게 들어간다”며 “닛산이 본사 차원에서 물류혁신을 시도한 만큼 앞으로 한국산 부품 발주 물량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고 보관 일수도 25일에서 3일로 줄일 수 있어 보관비용 부담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류회사에도 반가운 일이다. 국내에선 천일정기화물자동차가 일본통운과 계약을 맺고 피견인 트레일러 3~4대를 제작, 닛산의 한국산 부품 운송을 맡을 예정이다. 윤순봉 천일정기화물 부장은 “상호주행을 위한 행정 절차를 밟고 있으며 연말부터 본격적인 운송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