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판매사들의 계열사 상품 몰아주기 관행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판매하는 펀드의 90% 이상이 계열사 상품인 곳도 있다.

계열사 펀드 판매를 차별적으로 우대하는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당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중소형 자산운용사는 공정한 경쟁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며 크게 반기고 있다.

그러나 ㅣ일부 대형 운용사 중에는 상세한 설명과 발 빠른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한 은행 점포에서 특정 보험사의 판매 비중이 25%를 넘지 못하게 하는 방카슈랑스처럼 펀드 판매 비중을 법령으로 직접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으나 아직은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 상위 10곳 계열사 판매 비중 46%…작년 말보다 상승
3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미래에셋증권과 신한은행 등 펀드 상위 판매사 10곳의 계열사 판매 비중은 평균 45.84%에 달했다.

이 비율은 2010년 12월 말 51.7%에서 작년 6월 말 49.3%, 작년 12월 말 45.78%로 줄었다가 올해 다시 소폭 늘었다.

미래에셋증권이 72.0%로 가장 높고 신한은행(68.3%), 국민은행(54.6%), 한국투자증권(52.9%), 삼성증권(51.1%) 등도 50%를 넘었다.

특히 4대 금융지주사의 은행들은 계열사 판매 비중이 대체로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2010년 12월 말 45.7%였던 계열사 판매 비중이 작년 12월 말 52.8%로 커졌고 올해 4월에는 55%에 육박했다.

하나은행은 이 비중이 2010년 12월 말 41.2%에서 올해 4월 말 44.7%로 상승했고 우리은행은 41.8%에서 42.6%로 올라갔다.

신한은행은 72.7%에서 68.3%로 낮아졌지만,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지난 4월 말 삼성화재는 설정액이 크지는 않지만, 삼성자산운용 상품 판매 비중이 96.4%였고 미래에셋생명은 미래에셋자산운용 판매 비중이 95.3%였다.

이처럼 계열사 판매 비중이 높은 것은 계열사 수익이 결국 같은 회사 수익이라는 인식이 짙게 깔렸기 때문이다.

◇ 대형사 '부작용 우려 반대', 중소형사 '환영 일색'
금융당국이 펀드상품을 계열사에 몰아주는 관행에 대해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대형사들은 반대하는 기류가 좀 더 우세하다.

펀드 몰아주기 관행을 근절하려는 당국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공정하게 경쟁하는 대형사도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은행 계열사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들이 지나치게 자신들의 계열사 상품을 팔고 있는데 이런 곳에 대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그렇다고 대형사들은 모조리 펀드 몰아주기를 한다고 규정하고 일방적 규제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사들의 경우 자신들이 오래 관리했던 계열사의 펀드를 팔 경우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면서 "계열사 판매의 긍정적인 부분도 부각되도록 계열사와 비계열사 상품을 같은 비율로 판매하게 하는 등 당국의 공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중소형사 자산운용사들은 계열사 몰아주기를 적극 근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중형 운용사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몰아주기 판매를 하는 것은 출발부터가 다른 불공정한 경쟁"이라며 "고객 입장에서도 다양한 상품을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소형 운용사 관계자는 "몰아주기 관행이 해소되면 창의적 혁신적 금융상품 나올 때마다 고객들의 상품 선택이나 성적이 우수한 상품들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대기업 계열사들이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며 자산운용사를 많이 설립하면서 중소형 자산 운용사들은 입지가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 '25% 룰'에는 회의적 시각 지배적
계열사 판매 비중을 법령으로 직접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계열 자산운용사의 상품 판매 비중을 법령으로 제한하는 소위 '방카룰'은 한 은행 점포에서 특정 보험사의 판매 비중이 25%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방카슈랑스 규제를 본뜬 것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우리자산운용 심윤보 마케팅 팀장은 "좋은 상품이면 제한 없이 많이 팔 수 있어야 하는데, 비율을 두면 특정 상품 판매에 치중해 같은 계열사에서 나온 다른 좋은 상품을 팔지 못하게 되는 폐해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 팀장은 "규제를 두더라도 25%보다는 40~50%는 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칸서스자산운용 이대우 마케팅 팀장 역시 "의무적으로 판매 비율을 규정하면 확보된 비율만큼 상품을 팔기 위해 운용사간 과당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러스자산운용 최영권 전무도 '25%룰'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과거에도 계열사 상품의 판매 비중이 50%를 넘지 못하게 했더니 대기업들끼리 담합해서 상대 자산운용사에 상품 주문을 넣고 받는 식으로 규제를 피했다"고 말했다.

규제를 피해갈 방법들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국민대 조원희 교수는 "단순히 특정 퍼센트 이상 판매 금지만 지정한다면 임기응변식 처방이 될 수 있어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변명섭 오예진 기자 kaka@yna.co.kr msbyun@yna.co.kr oh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