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산업 업황을 전망하기 전에 TV세트와 디스플레이 패널의 의미를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TV세트는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완성된 TV를 의미하고, 디스플레이 패널은 TV세트 원가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을 의미한다. 국내 TV세트 업체로는 삼성전자 VD사업부와 LG전자 HE사업부 등이 있고, 패널 업체로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있다.

전통적으로 TV세트 산업은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공급 대비 수요 증가폭이 큰 호황기에는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과 TV세트 가격의 동반 상승으로 산업 내 설비 투자를 유발하고, 이에 따라 공급이 다시 수요를 초과하게 되면 패널과 TV세트 가격이 하락해 침체기로 접어들어 투자가 축소된다.

이런 TV세트 산업 사이클은 LCD(Liquid Crystal Display) 확산에 따라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우(右)상향으로 성장해왔다. LCD는 얇고 전력 소모가 작다는 장점 덕분에 노트북 휴대폰 등 모바일 디스플레이 시장을 창출했을 뿐만 아니라, 고화질 및 대형 화면 구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TV 시장에서도 기존 소재를 본격적으로 대체했다. 또한 LCD 수요 확대로 인해 기술 및 양산 투자가 증가하고, LCD 가격이 하락해 다시 수요를 자극하는 선순환 구도로 TV세트 산업은 성장세를 지속해왔다.


○2008년 이후 성장 정체

하지만 이런 TV세트 산업의 우상향 사이클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급격히 둔화되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 TV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또한 2008년을 기점으로 LCD 침투율이 70%에 육박함에 따라 LCD 비중 증가 효과보다는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급락으로 TV 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들게 됐다.

전 세계 TV 시장은 2004~2008년 연평균 12.1% 성장했으나, 2008~2011년은 0.8% 성장에 그쳤다. 2010년 LED TV와 같은 ‘킬러 애플리케이션’ 출현과 중국의 가전하향 등 소비 진작책으로 잠시 회복세를 보였으나 업황 회복 기대에 따른 과도한 증설과 전 세계 경제 더블딥 우려, 소비 촉진책 소멸이 맞물리며 부진한 업황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기업 수익성은 개선

향후 TV세트 산업의 성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LCD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함에 따라 신규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고, 디스플레이 패널업계 유휴설비로 인해 TV세트 가격도 큰 폭의 반등세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부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선진시장의 경우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지속되고 있고, 이머징시장은 소비를 이끌었던 정책 효과가 소멸됨에 따라 TV세트 산업 성장세가 정체될 전망이다.

불투명한 업황 속에 지난 1분기 국내 업체의 수익성 개선세는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 VD사업부는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0.3%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5.9%포인트 개선됐고, LG전자 HE사업부 역시 매출은 8.4% 감소했지만 이익률은 2.1%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계절적 비수기 영향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외형 성장은 미미했던 반면 3D·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 증가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3D·스마트·OLED에 주목

TV세트 산업은 외형 성장보다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한 수익성 회복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즉 TV세트 산업의 업황 개선은 판매량(quantity)보다는 고부가가치(quality) 제품을 통해 이뤄진다는 의미다. 이런 업황 개선을 이끌 요소로 3D, 스마트, OLED에 주목한다.

3D는 그동안 콘텐츠 부족이 지적돼왔지만 2013년부터 공중파 3D 시범방송이 시작될 예정이고 TV가 인터넷 회선에 연결됨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 감상 루트가 확보되고 있어 강력한 구매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스마트 TV 역시 VOD와 게임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활용이 가능하고 사용자와 TV가 쌍방향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될 전망이다.

OLED는 미래 디스플레이산업 업황을 이끌 가장 중요한 요소다. 과거 LCD가 CRT 시장을 잠식했듯이 OLED가 LCD를 대체할 전망이다. OLED는 LCD에 비해 얇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뛰어난 색감 및 빠른 응답 속도 등의 장점이 있다. OLED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시장에 채택되며 고성장하고 있다. 특히 휘어지거나 투명한 디스플레이 구현에 적합해 기존 모바일 기기뿐만 아니라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OLED는 TV 시장에서도 업황 개선을 이끌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 OLED TV 신모델 출시를 계기로 TV 시장 내 점유율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또한 기존 LCD TV보다 뛰어난 디스플레이 품질을 바탕으로 가격 프리미엄을 정당화할 수 있어 향후 디스플레이 시장 업황을 이끌 가장 강력한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업체별로 이원화된 TV세트 업황 전망

TV세트 업황은 업체별로 이원화돼 전개될 전망이다. TV산업 내 전반적인 공급과잉 기조 속에 범용 제품 매출 비중이 높은 업체는 한정된 수요 성장과 가격 인상 여지가 적은 만큼 점차 경쟁력을 상실할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3D, 스마트, OLED 등 차세대 킬러 애플리케이션 관련 기술력을 확보한 업체는 수익성 개선과 더불어 시장지배력 확대에 따른 수혜를 고스란히 누릴 전망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 TV세트 업체들의 선전이 기대된다. 국내 TV세트 업체들이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자회사를 통해 고품질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고, 스마트 3D 등 TV세트 관련 차별화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신규 수요 비중이 높은 중국 인도 등 이머징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TV세트 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비중 증가에 따른 수익성 개선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김양재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 jjoyce@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