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본고장 독일 출신의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아우디는 세계 프리미엄 세단 시장을 주도하는 대표 브랜드들이다.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며 수입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첫 후륜구동(뒷바퀴굴림) 대형 세단 K9이 이들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강한 심장(엔진)과 뛰어난 연비, 첨단 장치로 무장하고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와 정면 승부에 나섰다. K9의 이런 행보가 ‘무모한 도전’으로 끝날지,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 될지는 최근 자동차 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K9 3.3 벤츠 S350L 3.5와 맞먹어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부분은 엔진의 성능. K9은 3.3ℓ와 3.8ℓ짜리 6기통 GDI엔진을 달았다. 3.3 엔진의 최고출력은 300마력. 벤츠 S350L에 장착된 3.5ℓ짜리 엔진의 최고출력 306마력과 비슷하다. 엔진 크기는 0.2ℓ 작지만 비슷한 동력성능을 갖고 있다.

연비는 벤츠·BMW·아우디보다 우수하다. K9 3.3 모델은 ℓ당 10.7㎞를 달린다. BMW 740i(326마력, 8.5㎞/ℓ), 벤츠 S350L(9.1㎞/ℓ), 아우디 A8 3.0 TFSI(8.3㎞/ℓ)보다 좋다. K9 3.8 모델도 ℓ당 10.3㎞로 두 자릿수 연비를 보인다.

K9의 연비가 경쟁차종보다 뛰어난 것은 차체가 가볍기 때문이다. K9의 공차중량(빈 차의 무게)은 3.3이 1870㎏, 3.8이 1910㎏이다. 이에 비해 BMW 740i는 1950㎏, 벤츠 S350L은 2000㎏으로 K9보다 훨씬 무겁다. 다양한 편의·안전장치를 대거 집어넣으면서도 무게를 줄인 기아차의 기술력이 돋보인다. 변속기에서도 8단 자동변속기를 단 K9이 BMW 740i의 6단, 벤츠 S350L의 7단 자동변속기보다 앞서 있다.

○BMW보다 넓은 레그룸

회사를 대표하는 플래그십(기함) 세단들인 만큼 외관의 웅장함 못지않게 넓은 실내공간 확보 역시 중요한 비교 포인트다. K9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인 BMW 7시리즈와 비교해보면 앞뒤 길이인 전장이 K9이 더 길다. K9은 5090㎜, BMW 7시리즈는 5072㎜다. 앞뒤 바퀴 간격인 휠베이스는 BMW 7시리즈가 3070㎜로 K9(3045㎜)보다 25㎜ 길다. 그럼에도 K9의 실내공간은 탑승객이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널찍하게 만들어졌다. K9의 앞좌석 레그룸(발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은 1145㎜로 7시리즈(1120㎜)보다 25㎜ 넓다. 뒷좌석 레그룸은 990㎜로 7시리즈(830㎜)보다 160㎜나 크다(기아차 연구소 제시 수치 기준).

○돋보이는 편의·안전장치

K9은 쇼퍼드리븐(운전기사를 두고 타는 차)일 뿐만 아니라 직접 운전을 해도 충분히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독일 명차들과 경쟁할 수 있는 이유다.

K9에는 운전자의 선택에 따라 주행특성을 4개의 모드로 바꿀 수 있는 ‘주행모드 통합제어 시스템’이 적용됐다. 주행 환경이나 운전자 취향에 맞게 차량의 상태를 변경할 수 있다. 특히 경쟁차종에 없는 스노모드를 추가, 눈길에 약한 후륜구동의 단점을 보완했다. 6만5000색의 그래픽을 제공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BMW의 4색 그래픽보다 입체감 있고 다양한 정보를 준다. 후진 때 270도 뷰에 그치는 BMW보다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360도 어라운드뷰 시스템을 적용한 것도 강점이다. 벤츠 S클래스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