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거래부진과 가격하락의 늪에 빠진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당의 승리로 총선 이전에 당·정이 심도있게 논의했던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 수립’ 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업계와 부동산업계를 중심으로 그동안 줄기차게 정부에 요구해왔던 △분양가 상한제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 등 주요 규제완화 대책 시행에 대한 여론압력도 고조될 전망이다.

◆수도권 약세 이어질 듯

총선 후에도 부동산시장이 호전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여당의 총선 부동산 공약들도 시장 활성화보다는 전·월세 상한제 등 주거복지 분야에 초점이 맞춰진데다 대규모 개발사업도 예산문제로 추진이 쉽지 않아서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1~2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와 대출 강화에 따른 실수요 감소 등이 맞물려 시장이 침체된 상태”라며 “당분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수도권 약세와 지방 강세의 흐름도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일까지 서울 아파트 값은 0.8% 내렸다. 경기와 인천도 각각 0.4%와 1.1% 떨어졌다. 반면 울산(5.7%) 대구(2.6%) 광주(2.4%) 등 지방은 상승세를 보였다. 권순형 J&K부동산투자연구소 소장은 “대선을 앞둔 새누리당이 서민 주거 안정 등 복지쪽에 정책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당장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적다”고 예상했다.

이런 이유로 연말 대통령 선거 때까지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올해 총선과 대선은 이념과 복지 이슈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예상돼 부동산은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선 전까지는 보합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월세 상한제 시행되나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양당의 총선 공약이었던 전·월세 상한제가 실시될지도 주목된다. 국토해양부는 올 들어 전·월세시장이 안정된데다 인위적인 가격 통제가 시장 왜곡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정부가 마냥 반대만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어떤 타협점을 찾을지 관심이다. 민주당은 저소득층에 보조금을 주는 주택바우처제도 실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새누리당도 2018년까지 임대주택 120만가구 건설계획을 발표한 상태여서 매매 대신 전·월세를 유지하려는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도 변수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해 사실상 유명무실화된 데다 사업이 지연된 현장은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분양이 어렵다는 게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나 미분양주택 취득자에게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주는 세제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금융규제 완화는 가계부채 확대 우려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타운·재건축도 변수

서울에서는 총선으로 미뤄졌던 뉴타운 출구전략의 후속 대책이 변수다. 서울시는 이르면 다음주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해제가 가능한 주민동의 비율 및 구체적인 절차 등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연초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일정 부분 동의하면 뉴타운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을 구체화한 것이다. 정비구역 해제 과정에서 추가적인 지분 가격 하락도 예상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임기가 2014년까지인 만큼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소형 및 임대주택 공급확대와 한강변 초고층 개발 규제 등 공공성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강남벨트를 석권한 새누리당이 개포와 반포, 잠실 지역의 재건축 규제 완화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여 재건축을 둘러싼 새누리당과 서울시의 갈등도 점쳐진다.

김보형/문혜정/김진수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