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風前燈火)’. 1990년대 말 웅진코웨이는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신세였다. 외환위기의 칼바람이 몰아치면서 1989년 설립 이래 성장 자양분이 돼 줬던 내수시장이 극도로 움츠러들었던 탓이다. 그냥 주저앉을 순 없었다. 국내 최초로 렌털(대여) 시스템을 선보이며 돌파구를 모색했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기 위해 일시불 일색의 소비재 시장에서 매달 최소 금액만 받고 빌려주는 혁신적인 마케팅을 통해 외환위기가 무색할 정도로 성장했다. 렌털사업은 웅진코웨이가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 생활환경가전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리게 해 준 핵심 동력이다.

웅진코웨이가 렌털 시스템과 화장품 및 수(水)처리 등 신수종사업을 앞세워 ‘제2전성기’를 열어젖히고 있다. 렌털 영역을 확대하고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밀어붙여 ‘14년 연속’ 매출 신기록 경신에 도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엔 매출 1조7099억원, 영업이익 2425억원을 달성해 1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며 “올해 역시 두 자릿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렌털 영역 파괴…매트리스 렌털사업 ‘대박’

웅진코웨이가 또 한번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생활환경가전이 아닌 침대 매트리스에 렌털 서비스를 접목하면서다. 100만원이 넘는 고가 침대 매트리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빌려주는 것은 물론 관리까지 대신해주는 새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렌털 서비스의 또 다른 성공신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매트리스 렌털 서비스 이용자는 3월 말 현재 2만명을 넘어섰다. 타사 매트리스까지 관리해주는 ‘매트리스 홈케어 서비스’ 상품도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매트리스 렌털 서비스가 인기몰이에 성공한 결정적인 비결은 이 회사의 전매특허인 ‘깐깐한 위생관리서비스’에 있다. 침대 매트리스는 다른 침구류와 달리 쉽게 세탁할 수 없어 위생관리가 어렵다. 여기에 착안해 매트리스 위생관리를 전담하는 ‘홈케어 닥터’ 조직을 갖추고 맞춤형 관리프로그램을 도입한 게 먹혀들었다는 평가다. 홈케어 닥터는 집안 환경을 진단해 먼지와 유해물질, 진드기 등의 유입경로 및 오염정도를 파악하고 이에 따른 맞춤 살균 서비스를 실시하는 매트리스 위생관리 전문가다.

차별화된 제품도 힘을 보탰다. 웅진코웨이가 제공하는 매트리스는 70년 역사의 미국 유명 브랜드 ‘레스토닉’ 4종. 최근에는 매트리스 내장재까지 관리가 가능한 신제품을 내놓아 ‘매트리스 내부는 관리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웅진코웨이는 한발 더 나아가 ‘매트리스 홈케어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디지털 현미경을 통한 오염도 측정 및 7단계 맞춤형 클리닝 서비스를 제공한다. 판매 시작 보름 만에 3만3000여개가 팔려 나갔다. 정재훈 웅진코웨이 홍보팀장은 “웅진코웨이가 서비스 전용 상품을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타사 제품까지 관리하는 것 역시 창사 이래 최초”라고 설명했다.

웅진코웨이는 올해 매트리스 렌털 서비스 10만 계정, 홈케어 서비스 20만 계정 달성을 각각 목표로 정했다. 매트리스를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비데를 잇는 주력 제품으로 정착시킨다는 각오다. 이 서비스 계정은 지난해 11월 4000개에서 12월 8000개로 늘어난 뒤 올 3월26일 현재 2만84개로 불어났다.

○물만난 화장품 … 매출 1000억원 도전

2010년 시작한 화장품 사업도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고기능성 셀에너지 화장품 브랜드 ‘리엔케이’(Re:NK)는 출시 4개월 만에 23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톱스타 고현정을 앞세운 스타 마케팅과 화장품 베테랑들로 진용을 꾸린 화장품 연구소가 개발한 고품질 제품이 주효했다. 지금은 한방 브랜드 ‘올빚’과 자연주의 브랜드 ‘네이처런스 프롬’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프레스티지’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영업 및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화장품 방문판매원인 뷰티플래너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300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올해는 44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백화점 및 면세점, 홈쇼핑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한 프리미엄 마케팅에 힘을 기울인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올해 화장품 사업에서만 매출 1000억원을 올린다는 목표다. 지난해엔 당초 목표인 600억원보다 13.7% 많은 682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중·장기 성장동력 수처리사업 ‘순항’

수처리 사업은 10년 후 웅진코웨이를 먹여살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국내 대표 ‘물’ 기업으로서 수처리 사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2008년 산업용 수처리 시장에 진출했다. 물에 특화한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종합 수처리 엔지니어링 사업을 펴고 있다. 정제되지 않은 물을 공장용수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정수처리’와 오염된 공장용수를 방류 가능한 물로 만드는 ‘폐수 처리’, 폐수를 다시 정수로 재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폐수재처리’ 부문에 진출했다.

2010년 2월에는 수처리 엔지니어링 전문기업 그린엔텍을 인수하며 생화학, 물리화학적 고도처리 엔지니어링 역량까지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또 다른 전문업체 삼양정수를 합병해 발전용 수처리 및 취수, 산업 플랜트, 순수 시스템 분야 등으로 영토를 넓혔다. 삼양정수는 해외 프로젝트가 전체 수주액 가운데 80%에 달하는 글로벌 수처리 기업이다. 올해 3월에는 필리핀 최대 석유기업 페트론(Petron)사로부터 745만달러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 및 폐수처리 플랜트 설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정재훈 팀장은 “인수한 두 회사와 협력을 강화해 10년 내 국내를 대표하는 종합수처리시스템 공급회사로 도약할 것”이라며 “인도, 동남아,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수주를 늘려나가는 한편 국내 공공하수처리와 산업용 오·폐수 처리 및 공공하수 재이용사업에도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웅진코웨이, 그린엔텍, 삼양정수 등 3개사의 수주액은 1261억원이며 이를 2014년까지 40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