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파 셰프도 분식집 운영 '쩔쩔'…결국 점주의 노력에 달렸죠
자영업 종사자들을 만나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자영업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주는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점주 자신이라는 점이다. 이른바 대박집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과거의 어려움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해냈다. 그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힘이 있다. 열정과 에너지가 느껴진다. 얼마전 만난 한 점주도 그런 사람이었다.

서울 지하철 장승배기역 근처에는 동네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점 ‘원조남원추어탕’이 있다. 원조남원추어탕의 이청원 사장은 종로의 레스토랑에서 외식업 인생을 시작했다. 설거지부터 시작한 그는 주방장까지 올라갔고 근무 경력이 10년 정도일 때 이탈리아로 유학까지 갔다. 그는 단기 유학을 마치고 직접 자신의 음식점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수중에 가지고 있는 자본금이 너무 적었다. 결국 그가 시작한 업종은 노량진의 39.6㎡(12평)짜리 분식집이었다.

레스토랑 주방장 경력이 있는 데다 이탈리아 유학까지 갔다온 그였지만 분식집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맛은 자신이 있었지만 고객은 찾지 않았다. 분식집을 제대로 해보려고 매장 외관을 고급스럽게 꾸몄지만 고객들은 오히려 방문을 주저했다. 입지도 좋지 않아 인근에 분식집들이 몰려 있었다.

“주방장 생활이 후회가 들더라고요. 인근에 중국 동포들이 운영하는 분식점보다도 못했습니다.” 이 사장은 승부수로 배수진을 쳤다. 24시간 영업으로 운영시간을 늘리고 라면 가격을 경쟁점보다 500원 낮췄다. 가격을 낮추고 1주일 정도 지나니 손님들이 와서 라면만 먹기 시작했다. 라면 손님들이 점점 늘어갔다. 라면 손님들이 점차 다른 메뉴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가 그렇게 공을 들였던 제육덮밥, 오징어덮밥과 같은 다른 메뉴들도 빛을 보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는 매장을 줄을 서는 가게로 만들었고, 주변 10여곳 매장 중에서 1등으로 올라섰다. 지금의 추어탕 매장도 처음부터 잘 된 것은 아니었다.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서 매출을 계속 끌어올린 것이다. 자영업은 말 그대로 ‘자신이 스스로 경영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자영업을 한다는 뜻은 힘든 상황에서 가장 힘을 내야 할 사람은 바로 점주라는 뜻이다.

허건 < 행복한가게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