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했지만 외환은행을 하나금융그룹 안으로 통합하는 길은 멀고 험할 전망이다. 당장 외환은행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데다 김승유 회장의 퇴진 의사 표명으로 하나금융 내부의 지배구조를 새롭게 짜야 하는 문제도 발생한 탓이다.

김승유 거취·노조 반발…하나·외환 통합 '두 복병'
◆외환은행 노조 총파업도 불사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지난 27일 쟁의조정 신청을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출했다. 명분은 2010년 임금단체협상 관련이다. 하지만 금융계에서는 하나금융의 인수에 반발하는 차원으로 이뤄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합법적인 파업을 하기 위한 단계를 밟고 있다는 얘기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29일 “금융위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총파업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특히 정치권 및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4월 총선, 12월 대선 때 쟁점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와 함께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 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정 소송도 동시에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금융, 점진적 통합 모색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임직원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우선 100명가량으로 구성하는 통합 관리조직인 ‘시너지추진단’에 외환은행 출신을 절반 정도 채울 계획이다. 또 새롭게 진용을 짤 외환은행 경영진에 외환은행 출신을 중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외환은행 등기임원으로는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외환은행장 내정자) 외 장명기 전 외환은행 수석부행장 등 외환은행 출신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하나금융은 또 외환 부문과 기업금융 등의 분야에는 외환은행의 인력과 조직을 최대한 유지할 방침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이 잘하는 분야는 외환은행 출신이 지휘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통합 방식으로 ‘AI(appreciative inquiry)’를 택할 예정이다. 이는 서로 다른 두 조직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통합은 천천히 해 나가는 점진적 통합을 말한다. 하나금융은 다만 반발이 적을 것으로 보이는 전산과 콜센터 등의 통합 작업은 가장 먼저 추진할 예정이다.

◆김승유 회장 퇴진 2월 초 확정

하나금융 이사회는 김승유 회장이 퇴임 의사를 밝혔지만 당분간 김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사외이사는 “김종열 사장까지 사퇴 의사를 밝힌 마당에 김 회장이 물러나면 통합의 구심점이 사라질 수 있다”며 “김 회장이 일정 기간 더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퇴임 의사가 확고하다. 그는 “금융인생 47년 동안 최고경영자(CEO)를 YS 정권부터 시작해 15년 했다”며 “이젠 물러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할 회장감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법”이라며 “최근 나쁜 사고로 구설수에 오른 미소금융중앙재단도 그만두고 하나고등학교 이사장 직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2월 초 경영발전보상위원회를 열어 김 회장 퇴임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김 회장의 퇴진이 최종 결정되면 회장 선출 방식을 논의하고 3월 중순까지 후보를 정할 방침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