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부동산 NPL 시장은 고수익 블루오션"
“부동산 부실채권(NPL·non performing loan) 시장은 블루오션입니다. 창의적인 투자기법이 계속 개발되고 있지요.”

부동산 NPL 투자의 고수인 정재홍 상명대 재테크대학원 글로벌부동산학과 교수(56)는 “NPL은 무조건 위험하다는 선입관을 버려야 한다”며 “우량물건을 골라낼 수 있는 시각만 기른다면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NPL은 금융회사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지 못하는 무수익 여신을 뜻한다. 국내에서 NPL이 투자처로 인식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이 내놓은 NPL을 외국계 사모펀드가 싼 값에 사들여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면서다.

정 교수는 “최근 금융권에서 자기자본비율(BIS)을 높이기 위해 부실채권을 쏟아내면서 우량물건이 많이 섞여 나온다”며 “지금이 NPL을 통해 투자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근저당 매입이 1순위”

정 교수는 안전한 NPL 투자법으로 근저당권 매입을 꼽았다. NPL은 크게 담보가 있는 담보부(근저당) 채권과 담보가 없는 무담보부(신용) 채권으로 나뉜다.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면서 잡은 근저당권 가운데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해 부실화된 채권을 사들이라는 의미다.

정 교수는 “근저당권을 매입하면 1순위 배당권자의 지위에 놓여 낙찰대금에서 1순위로 배당금을 받는다”며 “근저당권을 매입한 일반 투자자들은 법원경매를 통해 배당을 받아 투자이익을 환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 기간이 3~6개월로 짧은 편이고 연 수익률도 15~80%에 이를 정도로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 교수는 “NPL은 악성채권이기 때문에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며 “정확한 권리분석과 부동산 가치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매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을 미리 예측해야 한다는 의미다.

◆“소액 투자도 가능”

정 교수는 부동산 NPL은 소액투자가 가능한 상품이라고 했다. 그는 “일반인들은 NPL 투자하면 기관투자가들이나 외국계 사모펀드가 수백억씩 투자하는 경우만 익숙하다”며 “최소한 10억원은 종잣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단돈 1000만원으로도 투자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 NPL”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의 지인 중에는 실투자금 1000만원으로 4개월 만에 715만원의 순이익을 얻은 사례도 있다. 채권최고액이 1억2000만원짜리 저당권을 1억550만원에 싸게 매입한 것이다. 9000만원은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등기이전비 60만원과 이자비용 675만원을 빼도 연 수익률을 계산하면 40% 수준이다.

정 교수는 “큰 돈이 있어야만 재테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며 “아파트, 상가 등 1억원대 저당권도 많다”고 조언했다. 그는 “시세차익에 대한 각종 세금 부담이 없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정 교수가 처음 부동산 업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1997년 경매로 집을 마련하면서부터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굿옥션부동산교육원장 등을 맡는 등 경매 전문가로 거듭났다.

“NPL을 알면 경매가 더 쉽다”는 것이 정 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경매는 싼 물건을 낙찰받는 게 전부이기 때문에 수동적인 측면이 있다”며 “반면 NPL은 자산유동화회사(AMC)와 협상을 하기도 하고 자신이 낙찰받기도 하는 등 투자기법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매와 NPL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경매뿐만 아니라 채권추심, 펀드매니징, 저당권 매입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춰야 NPL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섣부른 투자는 위험하지만 부동산 NPL 전문가의 도움이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서울 서초동 자산관리 교육센터인 ‘강남랜드 스터디’에서 부동산 NPL 투자 분야 강의를 맡고 있다. NPL 매입, 안정성 진단, 실전성공 사례 등을 통해 일반인들도 투자요령을 익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는 “계속 물건을 분석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린다면 누구나 NPL 전문가가 될 수 있다”며 “위험하다고 피하지 말고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