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줄이고 자금조달 비용 상승

유럽에서 재정 위기가 계속되면서 은행에 이어 기업들까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 기업들이 기존에 조달한 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다시 자금을 빌려야 하는 재융자 규모가 내년에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은행들은 기업 대출을 줄이고 대출 금리는 올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에 따라 유럽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구하려면 시장에 의존해야지만, 시장 투자자들은 안전한 자산에 대해 선택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장-미셸 카라용 수석 부회장은 "거시 경제가 더 악화하면 채권 시장에서 채무 차환에 대한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게 되면 투자가 줄어들고 이는 유럽의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유럽의 재정 위기가 악화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유럽 기업들의 자금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기업들은 현금 잔고를 늘리고 경기 침체가 끝나기만을 기다렸으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은 비교적 낮은 수준인 독일 국채에 근거했기 때문에 비싸지도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럽 국채 시장이 악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고 은행도 기업 대출을 꺼리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투자를 자제하면서 기업들의 채권 발행 비용이 올라갔고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사례까지 생겨났다.

일부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유동성이 거의 고갈됐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스페인,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 재정 위기가 심각한 국가의 기업들은 채권을 발행할 때 추가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유로존 회원국이 아닌 영국 기업들도 채권 발행에 애를 먹고 있거나 시장 악화로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자 채권 발행을 취소하고 있다.

유럽 은행들은 자신들의 자금 조달이 비용이 상승한데다 자금난을 겪고 있어 대출을 자제하고 있다.

유럽 은행에 대한 규제 당국의 자기자본 강화 요구도 은행의 대출을 막고 있다.

투자자들과 전문가들은 은행으로부터의 자금 공급이 줄어들수록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시장으로 몰리겠지만, 기업들이 시장에서 자금을 구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뉴욕연합뉴스) 이상원 특파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