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SC제일은행 노조가 오는 29일부터 그간 파업을 벌였던 속초를 떠나 영업장에서 파업을 지속하겠다고 선언했다.

김재율 SC제일은행 노조위원장은 19일 기자와의 전화를 통해 "정식 업무복귀는 아니고 파업과 태업을 병행하는 형태로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월말이라 정산업무가 몰리는 30~31일에는 파업을 하고,9월부터는 정시에 출 · 퇴근하고 각종 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준법투쟁을 하면서 일부 상품 판매를 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측과 팽팽한 대립을 지속하던 노조가 갑자기 '일단 복귀'를 선언한 이유는 그간 파업에서 얻은 소득이 거의 없는데다 무노동 무임금 정책으로 돈을 받지 못하는 노조원들의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체력단련비 명목으로 연 1회 월평균 통상임금의 100%를 받고 있는데 원래대로라면 지난 18일 지급됐어야 할 단련비가 파업 때문에 나오지 않자 노조는 상당한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생계에 지장을 받게 된 조합원이 많아서다. 지난 16일과 18일 한국노총과 서울지방노동청의 중재가 무위에 그쳐 파업 성과가 또렷하지 않았던 것도 원인이다.

노조가 '일부' 상품 판매를 거부하겠다고 하는 것 역시 '돈 문제'가 큰 이유다. 김 위원장은 "모든 상품 판매를 거부하면 태업이 아니라 파업으로 분류될 수 있어서"라고 했다. 파업으로 인정될 경우 다시 돈을 못 받게 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영업점에서 고객들을 직접 만나 불편을 드리는 이유를 설명할 기회를 갖는 것도 장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25일 서울 보신각에서 촛불집회를 가진 뒤 29일 복귀할 계획이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돌아와서 어떻게 하는지를 봐야 대응 방식을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