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론스타에 1조5000억원을 대출해주기로 한 것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한 '역 차입매수(LBO)'를 염두에 두고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전체(3억2904만주 · 51.02%)를 하나은행에 담보로 내주고 1조5000억원을 빌리는 대출 계약을 맺은 것은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 외환은행 매매계약 연장 협상이 사실상 타결된 징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매각하려는 지분을 담보로 내놓고 돈을 빌리는 것은 기업 인수 · 합병(M&A)에서 흔히 보이는 역LBO 기법이다.

모 투자은행(IB) 고위 관계자는 "이번 대출 계약건으로 볼 때 하나금융은 역LBO를 활용해 외환은행 지분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론스타와 만기(2016년 6월) 일시상환,3개월마다 이자 납입을 조건으로 대출계약을 맺었다. 하나금융 고위관계자는 "론스타가 1개월만 대출이자를 연체해도 하나은행은 외환은행 지분 전체(51.02%)에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론스타가 대출이자를 갚지 않으면 담보로 확보한 외환은행 주식을 시장에서 매도할 수 있고,하나금융이 이를 사들일 수도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태도다. 모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역LBO 방식의 인수에 대해 금융당국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수 있다"고 말했다. 론스타는 하나은행과 대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주는 대신 배당금 등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는 지난 1일 외환은행 이사회의 결정으로 5000억원의 배당금을 챙기게 됐다.

한편 하나금융과 론스타는 이번 대출 계약으로 종전의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6개월 연장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론스타가 거액의 배당을 받는 대신 인수 지연에 따른 하나금융의 보상금 지급 조건은 없애기로 합의했다.

론스타 측 관계자는 "(외환은행 지분 매매) 계약연장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안건이 대출이었다"며 타결 가능성을 간접 시인했다. 하나금융 측도 "대량의 원화를 대출해주는 것에 대해 한국은행이 검토 끝에 허가해줬다"며 "계약연장 협약이 조만간 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 역(逆) LBO

차입매수(LBO · leveraged buy out)의 반대 개념.인수자 측이 인수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을 차입매수라 하는 반면 역차입매수는 매도자 측이 매각할 기업의 자산을 인수자 측에 담보로 제공해 돈을 빌리는 기법을 말한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