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野 막가파식 정치행태 심판" 민주 "투표로 이명박 정부 심판"

4.27 재보선 투표가 27일 오전 국회의원ㆍ광역단체장 보궐선거 4개를 포함해 전국 총 38개 선거구에서 일제히 시작되면서 각 당은 유권자들의 선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이번 재보선이 단순히 빈자리를 채우는 선거에 머물지 않고 향후 정치 지형에 엄청난 파괴력을 미칠 수 있는 전국적 정치 이벤트로 `업그레이드' 된 만큼, 여야는 각 투표소에 나가 있는 당 관계자들로부터 현장 상황을 시시각각 보고받으며 표심의 향방을 예측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 한나라당 = 여의도 당사 2층에 일찌감치 개표상황실을 설치하고 초조하게 승전보를 기다렸다.

내부 여론조사 결과 등을 감안할 때 선거 승패를 좌우할 강원지사ㆍ분당을ㆍ김해을 선거에서 애초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선거 막판에 불거진 `강원지사 선거 불법 콜센터 전화홍보 사건'과 `김해을 선거 특임장관실 개입 논란' 등이 유권자들 표심을 돌려놓을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감지됐다.

이 때문인 듯 선거 당일까지도 야당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안상수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최종원 의원의 `막말 논란'을 겨냥한 듯 "분노 정치, 보복 정치를 하며 선동을 부추기는 세력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강원도민, 분당시민, 김해시민 여러분이 막가파식 정치행태에 대해 엄정한 심판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임에도 MB(이명박) 정권 심판이라는 구호가 이어진 것이 안타깝다.

민주당이 그만큼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지 않음을 반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병수 최고위원도 "안타까운 점은 오로지 네거티브 공세와 고소·고발로 선거를 치른 민주당의 행태"라며 "몇몇은 대권 야망에 이번 선거를 악용하는 행태까지 벌어졌는데 개탄스럽다"고 가세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민주당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쓰는 `막판 의혹 제기'가 상당히 강하게 드러난 선거였다"고 비판하고 민주당 최 의원에 대해서는 "선거가 끝난 후에도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고,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분당을 강재섭 후보는 이날 오전 부인 민병란씨와 함께 분당구 구미동 구미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김해을의 김태호 후보와 부인 신옥임씨는 오전 장유면 덕정초등학교에서 한표를 행사했고, 강원지사 선거에 나선 엄기영 후보 역시 부인 윤복희씨와 나란히 춘천 부안초등학교의 투표장을 찾아 투표를 마쳤다.

◇민주당 = 결전의 날을 맞아 당내에는 긴장감이 팽배했다. 특히 손학규 대표가 직접 출마한 분당을 선거가 전체 성패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투표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천당 아래 분당'으로 불리는 이 곳에서 한나라당의 아성을 무너뜨릴 경우 정국 주도권 확보는 물론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수도권에서 교두권을 확보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은 예측불허의 접전이 펼쳐진 이 곳에서 궂은 날씨 등으로 오전 7시 투표율이 예상보다 저조하자 "하늘이 안 도와준다"는 탄식이 나왔으나 오전 9시부터 투표율이 오르고 날씨도 점차 개면서 한층 고무된 표정이었다.

젊은층의 투표 참여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희망섞인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여야간 불법선거운동 논란이 막판 돌출변수로 불거진 강원지사 선거에서는 최문순 후보의 대역전극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이날 정권심판론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면서 연고자 네트워크를 총동원,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투표율을 높이는 데 사활을 걸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은 국민은 안중에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는 날"이라며 "투표에 참여해 반칙과 특권, 불공정을 바로 잡아달라"고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꼭 투표하되 나쁜 정당에는 투표하지 말아달라"고 했고, 분당 선거 책임자인 이인영 최고위원은 "절망하는 민심과 국민 가슴 속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출근길에 미쳐 투표하지 못한 분들은 일찍 퇴근해 투표에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아침 일찍 분당을 지역구에서 한 표를 행사한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분당 자택에서 휴식을 취했다.

◇민주노동당ㆍ국민참여당 = 민노당과 참여당은 각각 전남 순천과 경남 김해을에서 야권 단일화 바람이 힘을 발휘하길 기대하면서 선거 결과에 촉각을 세웠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원내 진입을 위해 사활을 걸어온 참여당은 출근 시간대 투표율 등 투표 진행상황을 주시하면서 지지ㆍ연고자를 상대로 막판까지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참여당은 오전 투표율은 괜찮다고 보고 있으나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적지 않은 추격세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각 투표소마다 당직자 등을 배치, 한나라당이 조직 등을 통해 선거에 개입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보고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두 달 가까이 김해에서 상주하면서 선거 지원을 했던 유시민 대표도 전날 트위터를 통해 "투표하고 출근하세요"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참여당 관계자는 "그동안의 여론조사 수치가 오락가락해서 막판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텃밭인 전남 순천에 야권연대 단일후보를 낸 민노당도 민주당 출신의 무소속 후보들이 막판까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자당 김선동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 보고 지지자에게 투표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민노당은 오전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 것에 대해 진보 성향의 젊은 층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으나 그동안 순천의 경우 조직력 싸움으로 선거전이 진행됐다는 이유로 긴장하고 있다.
전날까지 유세를 통해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해 전략적인 선택을 해달라", "기록적인 투표율로 야권 연대를 응원해달라"고 호소했던 이정희 대표는 이날도 투표가 시작되는 오전 6시 트위터에 글을 올려 "보람있는 투표를 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송수경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