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여자 아이를 끌고가려다 경찰에 붙잡혀 법정에 선 40대 남성이 무죄를 주장하며 옷을 벗는 소동을 벌였다가 결국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정신분열 증세로 여러 차례 치료를 받아온 김모(49)씨는 지난해 7월 은평구 신사동에서 길을 걸어가던 김모(8)양에게 다가가 '아빠가 저기 있다 같이 가자'고 말하며 팔목을 꽉 잡고 골목으로 끌고가려 했다.

김양이 도망치는 바람에 범행은 실패했지만 김씨는 주변에 있던 목격자들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절도죄로 지난해 1월까지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가 출소한 지 6개월 만이었다.

김씨는 미성년자약취미수 혐의로 기소됐지만 줄곧 범행을 부인했다.

김씨는 "길을 잘못 들어서 걸어가다가 김양이 있길래 손으로 옷소매를 잡고 '나쁜 아저씨가 있으니까 집에 빨리 들어가라'는 말만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현장에서 경찰에 신고한 목격자가 "김씨가 김양 손목을 잡고 골목길로 끌고가려 했는데 김양이 손을 뿌리치자 더 세게 끌고 가려 했다"고 진술한 점을 받아들여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선고가 예정돼 있던 지난해 10월 중순 서울서부지법 법정. 김씨는 판사가 선고하려는 순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돌출 행동을 했다.

재판 과정에 불만을 품고 무죄를 주장하던 김씨가 갑자기 재판장을 바라보며 바지와 속옷을 차례로 벗어버린 것.

이 일로 김씨는 기존의 범행에다가 법정모욕죄가 추가됐으며, 누범인 점과 감경 사유 등이 고려돼 최종적으로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김종호 부장판사)는 김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령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형기를 마친지 6개월도 채 안 돼 8세 여아를 끌고가려 한 점과 재판 중 성기를 드러내며 법정을 모욕한 점 등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만성 정신분열병으로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