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韓 여행사들 임산부 관광패키지도"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집"
캘리포니아주 산 가브리엘의 한 주택 앞에 붙어 있는 작은 팻말이다.

이 집은 수많은 중국 임산부들이 관광 비자로 미국에 들어와 아이를 출산한 뒤 산후 조리를 하는 곳이다.

최근 경찰과 시 건축과 직원들은 `너무 시끄럽고, 수많은 임산부들이 드나든다'는 신고를 받고 이 집에 출동해 10여명의 산모를 인근 모텔로 분산 수용시켰다.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한 호텔은 `유아와 함께 한달 동안 머물 산모를 위한' 편의를 제공하고 가격 할인을 하겠다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 "중국.한국.멕시코의 관광회사들은 임산부를 위한 미국 관광 상품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면서 "최근 미국 출생자에게 무조건 시민권을 주는 속지주의 헌법 조항(14조)의 개정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원정출산 문제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부터 미국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 논쟁은 주로 남미의 가난한 나라들에서온 불법 이민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진 것이었지만, 원정출산 문제는 이들이 여행비용으로 수만달러를 지출할 정도로 부유할 뿐 아니라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NYT는 전했다.

원정출산 임산부들은 미국에 관광비자로 여행와 아이를 낳은 뒤 미국 시민권자인 아들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갔다가 언제든 아이를 미국으로 유학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가 21살이 됐을 때는 아이를 통해 자신들이 미국 시민권을 수월하게 획득할 수 있는 이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비자를 발급하는 미 국무부는 단지 여성이 임신중이라는 이유로 비자 신청을 거부할 수는 없다"면서 "얼마나 많은 원정출산이 이뤄지고 있는지 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원정출산을 차단하기 위한 헌법 개정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보수단체인 이민정책센터의 마크 크리코리언 사무국장은 "원정출산은 불법은 아니지만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아이를 출산하는 것 보다 더 나쁘다"면서 "불법 이민자의 자녀는 그래도 미국인으로서 사회화 되지만, 이들 원정출산자의 아이들은 미국에 살지도 않으면서 무제한적인 미국 입국을 보장 받게 되는 것으로 정말 웃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 진보센터에서 이민정책을 연구하는 안젤라 마리아 켈리는 "합법적인 원정출산이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것이라면 그 자체를 규명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더 많은 연구와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지만, 이 때문에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기관총으로 파리를 잡으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