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떠올리는 상황이 됐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선 누출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냉전이 한창이던 1986년 4월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북쪽으로 130㎞ 떨어진 곳에서 가동 중이던 원전 4기 중 4호기가 새벽 1시쯤 두 차례 폭발하면서 원자로 상부 덮개가 날아가고 원자로 지붕이 뚫려버렸다. 이 과정에서 솟구쳐 나간 핵연료 파편과 흑연에 의해 30여군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폭발로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성 물질 낙진이 인근 우크라이나 러시아 벨라루스 등 14만5000㎢ 지역에 대량으로 확산됐다.

당시 소련 정부는 다음날이 돼서야 헬리콥터 30대를 동원해 사건현장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헬리콥터 30대는 1800여차례 원전 상공을 날았고 모래와 납을 투하해 원자로를 덮었다. 이후 콘크리트로 만든 석관으로 원자로를 덮어씌웠고,원전 반경 48㎞ 일대를 출입금지 구역으로 관리해왔다.

방사선 누출의 피해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발전소 인근 거주제한구역의 방사능 세기는 정상치(20~30마이크로뢴트겐)보다 조금 높은 시간당 평균 35마이크로뢴트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는 9300명에 달하며,70여만명이 각종 암과 기형아 출산 등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체르노빌 인근의 33만명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했다.

이 사고는 직원의 실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이 원자로가 정지 상태에 이를 만큼 출력을 낮췄다가 이로 인해 재가동이 어렵게 되자 급하게 출력을 올리는 과정에서 원자로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핵연료가 순간적으로 파열됐다. 냉각수도 원자로의 화학물질과 반응하면서 수소폭발을 일으켰다.

또 다른 심각한 원전 사고는 1979년 3월 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에 있는 원전에서 방사선이 누출된 사건이다. 원전 2기 중 2호기에서 핵연료가 누출되면서 인근 주민 20여만명이 대피했다. 이후 이 지역 주민 1000명 중 11명이 암에 걸리는 등 높은 암 발생률이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다.

이 사고로 미국 내에서 원전 증설 반대의 목소리가 커졌다. 미국 원자력산업도 영향을 받았다. 손상되지 않은 이 섬의 제1원자로도 1985년까지 작동이 중지됐다. 사고 직후 스리마일섬의 원자로와 같은 구조의 원자로 7개의 작동이 중지됐다. 새로운 원자로에 대한 허가도 중단됐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