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돼~ 안돼~ 좀 이따이따 이따요! 그래~ 그래~ 더 이따이따 이따요! 우린 아직 모르는 게 너무나 많아요!"

2008년 2월 한국제지 울산 온산공장 대강당.5명으로 이뤄진 사내밴드 '페이퍼스(PAPERS)'의 멋진 연주가 흥을 돋웠다.

말로만 들어온 사내밴드 페이퍼스의 공연을 보며 임직원들은 저마다 '앵콜'을 외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서울 본사에서 결성된 사내밴드랍시고 록을 외칠 줄 짐작했건만 정작 이들이 부른 노래는 바로 장윤정의 '이따이따요'였다. 회사 창립 50주년 기념 공연인 만큼 임직원과 가족의 취향에 맞춤하고자 인기 있는 트로트 곡을 밤새워 연습한 것이다. 사랑해 주시는 만큼 더 보답하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고객 중심'의 발상이었다. 온 몸을 불사른 이날 공연 덕분에 페이퍼스 멤버는 회사에서 유명세를 탔다.

"임직원들의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은 전혀 생각 못했어요. 그동안 짬짬이 시간을 내 연습한 보람을 느꼈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다음 공연에는 더 좋은 음악을 들려줄 계획입니다. "(윤소정 주임 · 베이스기타)

제지업계 최초의 사내밴드인 페이퍼스는 2005년 8월 개인적 취미활동을 넘어 회사 분위기를 좀 더 활력있게 만들어보자는 사내 젊은 직원들의 책임감에서 시작됐다. 특히 대학시절 음악 동아리를 경험하지 않은 순수 아마추어 모임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그렇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다른 밴드 못지 않다.

"페이퍼는 한국제지와 제지업계 전체를 상징하는 단어입니다. 바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교감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이죠.페이퍼스를 통해 제지업계의 모든 분들이 서로 교감하고 즐거움을 나누기를 희망합니다. " 밴드 결성에 산파 역을 맡은 리더 김영관 주임은 동호회의 비전을 이같이 설명했다.

동호회원들은 요즘 매주 한 번씩 강남구청역 근처 합주실에서 연습하며 전문가로부터 개인 레슨을 받는 등 실력을 키우고 있다. 공연을 기획한 두 달 전부터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모여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듣기만 하는 수동적 자세에서 직접 참여하는 적극적 행위로 상승감을 만끽하고 있다는 페이퍼스 멤버들은 회사생활도 '페이퍼스'하듯 한다. 즐겁게,적극적으로,스스로 일을 찾아서 신나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

"음악을 통해 일상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고 자유를 온몸으로 만끽하죠.그럼 일도 더 신나게 할 수 있어요. "(안은선 주임 · 건반)

회사는 페이퍼스의 창립 50주년 기념 공연에 감동받아 지난해부터 매월 하루를 '사내 동호회의 날'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날 하루만큼은 각종 동호회에 참여하는 사원들은 정시 퇴근 후 동료들과 함께 취미생활에 몰입할 수 있다.

페이퍼스는 지금까지 홍대 카페를 포함해 세 번 공연을 했지만 네 번째 공연은 이전과 정말 달라야 한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올 10월께 열리는 낙원악기상가 직장인 밴드경연대회에 첫 참가해 입상한다는 목표 아래 오늘도 연습실의 공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윤소정 < 한국제지 주임(베이스기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