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신용카드 사태때 현대카드는 존재감도 없었습니다. 장사가 안 돼 힘든 것보다 존재감이 없는 것이 더 힘들었죠."

26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 캐피탈 본관 2관 1층 오리토리옴.정태영 현대카드 · 캐피탈 사장은 현대카드의 어려웠던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공연장을 방불케 한 신상품 출시장에 비즈니스캐주얼 차림으로 등장한 정 사장은 현대카드가 이날 선보인 '현대카드 플래티넘3 시리즈'를 직접 프레젠테이션했다. 정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가진 것은 2005년 8월 이후 6년 만.복장과 자신감어린 말투 등이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켰다.

정 사장은 "경쟁사들이 사업을 축소했던 2003년 현대카드M을 통해 과감하게 마케팅에 나선 것은 시장에서 죽지 않기 위한 생존의 선택이었다"며 "지금 현대카드는 예상보다 10배,100배 이상 발전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은 2005년 8%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6%로 높아진 상태다.

그는 "지난 7년간 노력한 결실을 이루게 됐다"며 다음 달 8일 출시 예정인 새로운 상품군인 '현대카드 플래티넘3 시리즈'를 소개했다. M포인트 적립률이 일반 현대카드M의 2배이며,항공권과 면세점 할인 및 해외 무이자 할부 혜택 등 파격적인 혜택이 눈길을 끌었다. 정 사장은 "오늘은 현대카드가 카드 시장 고객군의 체계를 완성하는 날"이라며 "플래티넘3시리즈 출시로 알파벳 카드 시리즈와 함께 플래티넘 블랙 퍼플 레드 등 완벽한 상품 라인업을 구축했다"고 자평했다.

플래티넘3시리즈의 광고영상이 상영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정 사장은 분명한 소신을 밝혔다. 카드사들의 마케팅경쟁이 과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마케팅비용 자체는 회사 정책에 관한 사항이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치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최근 중간배당 결정이 현대자동차의 현대건설 인수를 돕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현대카드 · 캐피탈은 14일 이사회에서 2367억원의 중간배당을 시행키로 했다. 그 결과 현대차가 1250억원의 중간배당을 받게 돼 있어 현대건설 인수전 본입찰을 앞두고 현대차그룹의 '실탄'지원을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질의응답이 끝나자 정 사장은 현대카드 · 캐피탈의 본사 사옥을 직접 안내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