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6일 내놓은'2010년 하반기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들에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권고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이 자국 통화가치의 상승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을 통해 경쟁적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취함으로써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주문이다. IMF의 권고는 선진국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그들의 통화정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IMF가 이 같은 통화정책을 요구한 것은 선진국 경기가 다시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에서다. 미국의 경우 내년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보다 0.6%포인트 낮은 2.3%로 떨어지고 유럽도 1.7%의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그로 인해 중국 등의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내년 세계경제성장률은 4.2%로 당초 예상치보다 0.1%포인트 떨어진다는 것이다. IMF는 이에따라 재정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선진국들은 경기가 더 나빠질 가능성에 대비해 재정건전화 조치를 늦추면서 확장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사실 주요 선진국들이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푼 돈은 4조달러에 달해 이미 글로벌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환율전쟁이 가열되면서 미국 일본 유럽 등은 2조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 정책까지 준비중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은 지난 9월 소비자 물가가 3.6% 올랐고 생활 물가는 2년 만의 최고치인 4.1%나 뛰는등 물가불안심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가 흐름만으로 보면 기준금리 인상 압박 요인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양적 완화조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우리만 역행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기준 금리 인상은 이미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원화 가치를 더 밀어올릴 소지도 크다. 통화정책 운용이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오는 1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 같은 대내외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조정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는 지혜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