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는 묘목을 사서 거목으로 만드는 M&A(인수 · 합병)를 해왔습니다. 이젠 중동,아프리카 등 신흥 지역 중심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입니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10년 후 STX의 새로운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

이종철 ㈜STX 부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STX의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10년'을 이렇게 요약했다. "오는 2020년까지 해외 자원개발을 포함한 에너지 사업에서만 연간 매출 1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계열사 상장 및 지분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방안도 내놨다. 이 부회장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STX유럽의 해외 증시 상장이 마무리되면 그룹 차원의 유동성 안정화 작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다른 계열사에 대한 상장 및 지분 매각 작업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실적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STX는 올 상반기에만 1조592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연간 기준으로 3조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룹 전체로 보면 올해 매출 25조원,수주 33조원,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요. 영업이익률이 3.8%인데,내년엔 호황기였던 2008년 수준인 6%대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올 연말 및 내년 경기전망도 해주시죠.

"지난해는 금융위기 이후 그룹 주력 업종인 조선 · 해운 분야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았습니다. 올해 들어선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죠.우선 외부 환경을 보면 답이 나옵니다. 미국과 유럽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중국은 두 자릿수 성장은 어렵지만 통제 가능한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 연말에 이어 내년 전망도 괜찮을 것이란 뜻이죠.최근엔 벌크선을 비롯해 컨테이너선 물동량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조선업은 해운업의 후행 지표이기 때문에 앞으로 본격적인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STX는 지주부문과 사업부문의 역할을 어떻게 분담하고 있습니까.

"㈜STX는 한마디로 사업형 지주회사 형태입니다. 지주부문은 말 그대로 그룹의 사령탑 역할을 하면서,계열사 전반의 지원 업무를 맡고 있죠.반면 사업부문은 종합상사 스타일의 업무를 바탕으로 에너지 및 자원개발,무역 사업 등을 벌이고 있습니다. ㈜STX 사업부문은 그룹 자원개발 사업 전체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고,실제 실행하는 세부적 사업들은 계열사인 STX에너지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

▼STX유럽(옛 아커야즈)의 싱가포르 상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현지 증권거래소 규정상 자세한 코멘트를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달 안에는 구체적인 공식 발표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STX유럽은 해양플랜트,크루즈선,특수선 사업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2007년 인수 이후 처음으로 올 상반기에 흑자전환에도 성공했죠.이중 수익성이 가장 좋은 해양플랜트와 특수선 사업부문을 따로 떼어내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외 증시 상장에 성공하면 5억~6억달러가량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겁니다. "

▼그룹 전반적인 자금조달 현황은.

"상대적으로 젊은 그룹이다 보니 자금조달 능력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말부터 그룹 차원의 유동성 확보에 주력해 왔습니다. 그 결과 현재 4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했죠.STX유럽 상장에 이어 추가적인 계열사 상장 및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안정적인 자금조달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습니다. "

▼최근 아쉽게도 대한조선 인수가 무산됐습니다.

"수개월에 걸쳐 대한조선 인수를 위한 타당성 검토를 진행해온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검토 결과 실익이 적다고 판단했죠.대한조선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술적인 이득이 거의 없는데다,부지 활용 및 대형 선박 건조 등에 대한 한계가 걸림돌로 작용했죠.중국에 있는 STX다롄생산기지를 확장해 사업 확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

▼STX다롄생산기지의 안정화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2007년 투자를 시작한 STX다롄생산기지의 선박 수주 잔량은 현재 59척,31억달러입니다. 작년 본격적인 선박 건조에 나설 당시 연간 4척의 배를 건조했죠.신규 현지 인력의 효율성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후 국내 전문 인력을 투입해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올해만 연간 20척의 선박을 건조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엔 32척의 배를 만들 수 있는 건조능력을 확보할 수 있죠.이렇게 되면 내년부터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갖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겁니다. "

▼향후 국내외 기업 M&A 계획은.

"그동안 조선 해운 기계부문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M&A를 진행해 왔습니다. 내년 창립 10주년을 맞는 STX로서는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당분간 추가 M&A보다는 경쟁력을 강화하고 내실을 키우는 쪽으로 그룹의 역량을 모을 계획입니다. 다만 그룹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매물이 나오면,그때마다 기회를 모색해 봐야죠."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입니다. 지난 7월 STX는 캐나다 최대 천연가스 전문기업인 엔카나사로부터 가스 생산광구 지분 100%를 1740억원에 통째로 인수했습니다. 규모가 그리 큰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일부 지분 투자방식과는 달리,지분 전량을 인수함으로써 광구 운영 및 경영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밖에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아일랜드,우즈베키스탄,중국,호주 등 각지에서 석유 · 석탄 · 가스 · 광물 개발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

▼그룹의 비전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내년 5월이면 ㈜STX 창립 10주년입니다. 그때 우리의 새로운 10년이 시작될 겁니다. 2020년엔 연간 그룹 매출 100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장기 비전을 세웠습니다. 이 중 에너지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로,100억달러에 이를 것입니다. "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