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ㆍ유통ㆍ항공 직접 이익..전자ㆍ조선 '제한적'

산업팀 =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가 15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엔화 가치에 즉각 반응하는 관광ㆍ유통 분야를 비롯해 국제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자동차, 전기ㆍ전자, 조선 분야가 '엔고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엔고 현상이 일본인 관광객의 구매력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주는 여행업계와 유통이 최대 수혜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00엔이 1천500원대를 넘나들었던 지난해 1∼4월 방한 일본인 관광객 수는 2008년 대비 59%나 늘어나기도 했다.

반면 환율이 1천200원대였던 올해 상반기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줄어들었다.

여름휴가철인 7∼8월엔 장거리 여행을 많이 떠나는 일본인의 특성상 성장세가 두드러지진 않겠지만 9월 들어 국내 여행업계가 본격적인 환율 마케팅에 나선다면 지난해 상반기를 뛰어넘는 `일본 특수'도 가능하리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항공ㆍ숙박이 거의 포화상태인 점, 올해 들어 호텔 숙박료를 비롯해 관광 패키지 값이 오르면서 중국, 동남아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점 등을 들어 일 본인 관광객 유치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온다.

관광산업과 관련 깊은 항공업계도 일본 여행객 증가에 따른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화물사업은 일본보다 수출 경쟁력면에서 우위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전반적인 수출 물량 증가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유통업계도 일본인 쇼핑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에서 엔화 가치가 올해 중 가장 낮았던 4월과 비교해 엔화가 강세를 보인 7∼8월 일본인의 일 평균 구매 건수는 24.3% 늘었고 일 평균 매출액은 47.7%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올해 들어 일본인 관광객이 세금 환급을 신청한 금액은 3월 7천700만원에서 4월 5천400만원, 5월 4천700만원으로 줄어들다가 6월 4천800만원, 7월 5천600만원, 8월 8천700만원 등으로 엔화 강세가 계속된 시기에 가파르게 늘었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 관계자는 "엔화 가치가 올라가면 근거리인 한국으로 쇼핑을 오는 일본인 관광객이 늘어나므로 국내 유통업계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을 놓고 일본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전자업계는 엔고 현상이 심화하면 상대적으로 수출 경쟁력이 높아져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일본 수입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전자부품 제조장비의 수입단가가 높아지는 양면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엔고에 따른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을 상쇄하면 크게 이득을 볼 것도, 손실을 볼 것도 없다는 것이 전자업계의 설명이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 휴대전화 배터리, 카메라 모듈 등 일부 부품 수입시 수입단가가 오르지만 엔화로 이뤄지는 수금과 지불의 결제 규모는 큰 차이가 없어 '자연 헤지(Natural hedge)'가 가능하기 때문에 엔화 상승의 영향은 미미한 편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수출 비중보다는 역외 생산 비중이 높아 엔고에 따른 수출 경쟁력 상승 효과가 크지 않으며 엔화 가치가 오르면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는 전자부품과 장비의 가격도 함께 올라 수출경쟁력 상승의 이점을 상쇄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는 엔고가 해외 시장에서 경쟁 관계인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측면에서는 해외 판매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션 등 일부 일본에서 공급받는 부품도 최근 수년간 크게 줄어 부품 수입에 따른 부담도 크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슈퍼 엔고'의 원인인 미국 경제 불안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하면 자동차 시장 전반이 축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또 부품업체의 경우 장기간의 엔고 현상으로 일본 부품업체가 해외 진출을 하는 추세여서 장기적으로는 일본 업체와 가격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도 엔고로 일본과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벌크선,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 일반 상선 부문에서 수주 격차를 벌이고 고부가치선 및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도 우위에 선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적극적인 수주 활동이 예상된다.

하지만 조선산업은 경쟁국이 이미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뀌었고 일본과 경쟁이 극심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엔고에 따른 경쟁력 상승 효과가 예전 같지 않고 아직 해운 시황이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아서 수혜도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제3국 수출 등 일본과 경쟁 관계인 사업과 대일 수출에 유리한 영업환경이 돼 영업력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며 "일본에서 수입하는 품목은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비중이 미미해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엔고 현상은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엔고가 호재인 수출업체는 기회를 잘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가고, 그 반대인 경우에는 결제통화 다변화 등 대책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