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를 넘으면 비교적 건강관리를 한 사람들도 여러 생체지표 가운데 한두 사항은 정상치를 넘기 마련이다. 예컨대 복부둘레가 증가하고 혈당 수치도 당뇨병 경계 수준이어서 애써 달리기도 해보고 식사량을 줄이려 노력해봤지만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치솟는 사람이 있다.

또 날씬한 줄 알았더니 콜레스테롤이 높으니 관리하라는 메시지를 의사로부터 받는 30~40대 여성도 제법 많다. 한편 모든 수치가 정상 범위이긴한데 30대에 비하면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다소 올라간 경우도 흔하다. 적잖은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숫자만큼 건강상태를 잘 말해주는 것도 없다. 수치가 의미하는 것을 보다 정확히 파악한다면 건강유지에 한결 유리할 것이다.

◆혈압 120/80㎜Hg 이하여야 정상= 혈압은 심장이 수축해서 혈액을 전신에 뿜어내보낼 때의 압력인 수축기 혈압과 심장으로 혈액이 유입될 때의 압력인 이완기 혈압으로 표시된다. 고혈압은 단순하게 동맥혈관내의 압력이 증가한 것을 말한다.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혈관벽이 손상되고 딱딱해지고 탄력성을 잃어 뇌 심장 신장 눈 등으로 가는 혈관까지 망가지고 합병증이 생긴다. 고혈압으로 진단하려면 지속적으로 혈압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어쩌다가 한두 번 잰 것으로는 부정확하므로 병원이나 가정,직장의 보건실에서 수시로 재보고 그에 맞는 약물처방으로 대처해야 한다. 수축기 혈압이 120㎜Hg 이하이고 이완기 혈압이 80㎜Hg 이하이면 정상혈압이다. 수축기 혈압이 121~139㎜Hg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81~89㎜Hg이면 고혈압 전단계로 볼 수 있으며,지속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일 때 고혈압이다. 두 가지 혈압이 모두 정상범위여야 정상혈압이며 둘 중 하나라도 정상치를 벗어나면 고혈압이다.

◆혈당을 알아야 당뇨가 보인다= 혈당 수치는 혈중에 포함돼 있는 포도당의 양을 나타낸다. 정상 수치는 공복혈당(저녁식사 후 다음 날 아침식사 전에 잰 혈당)은 100㎎/㎗ 미만,식후 혈당(식사 시작 후 2시간이 경과한 시점의 혈당)이 140㎎/㎗ 미만인 경우다. 당뇨병은 공복혈당치가 두 번 이상 측정해서 126㎎/㎗ 이상이거나,식사와 무관하게 혈당수치가 200㎎/㎗ 이상이면서 다음 · 다뇨 · 다식 · 체중감소의 전형적인 당뇨병 증상을 보이거나,당부하 검사로 식후 혈당을 재본 결과 200㎎/㎗ 이상인 경우다.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공복혈당이 100~125㎎/㎗인 경우는 공복혈당장애(당뇨병 전단계)로 향후 당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을 통한 생활습관의 개선과 적정 체중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합병증 막으려면 콜레스테롤 더 떨어뜨려야= 콜레스테롤은 두 종류가 있다. 몸에 유익한 고밀도지단백 결합-콜레스테롤(HDL-C)은 혈관벽에 노폐물이 엉겨붙지 않도록 도와주는 반면 몸에 해로운 저밀도지단백 결합 콜레스테롤(LDL-C)은 그 자체가 혈관을 막는 주범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HDL-C는 60㎎/㎗ 이상으로,LDL-C는 130㎎/㎗ 미만으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며 LDL-C가 190㎎/㎗을 초과하면 즉각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당뇨병 환자의 70% 이상이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인슐린 저항성(인슐린이 적정량 분비돼도 수용체가 이를 효과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함) 때문에 지방세포에 지방이 저장되지 않고 혈중으로 녹아 나와 LDL-C가 증가하고 HDL-C가 감소하는 게 큰 원인이다.

따라서 당뇨 환자들은 건강한 사람보다 더 강력한 콜레스테롤 관리가 필요하다. 2008년 미국당뇨병학회(ADA)와 미국심장학회(ACC)가 공동 발표한 권고안은 당뇨병 환자는 LDL-C를 100㎎/㎗ 이하로,당뇨병 외에 심혈관질환 위험 요인이 있다면 70㎎/㎗이하로 더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는 운동요법과 식사요법만으로는 혈당을 내리는 게 쉽지 않으므로 아토르바스타틴(한국화이자 '리피토'),로수바스타틴(한국아스트라제네카 '크레스토'),심바스타틴(한국MSD '조코') 등 스타틴 계열 약물 복용이 필수적이다.

혈당이 50㎎/㎗ 이하로 떨어지는 저혈당이 발생하면 시야가 흐려지고 배고픔,떨림,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경련,혼수상태가 일어난다. 저혈당은 식사량이 적거나,운동을 과도하게 하거나,약성이 강한 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할 때 유발된다. 기존 당뇨병 치료제가 대부분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거나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체내 혈당치의 높고 낮음과 무관하게 혈당치를 낮추는 작용을 한다. 빌다글립틴(한국노바티스의 가브스) 등 DPP-4 억제제는 췌장 섬세포 기능을 향상시켜 혈중 혈당치를 감지하고 적절히 반응하게 하므로 저혈당 부작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무조건 날씬하면 건강하다는 편견 버려야= 체중은 가장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는 건강수치이다. 하지만 눈으로 보기에 날씬하다고 비만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비만은 몸속의 지방조직에 건강을 해칠 정도로 과도한 지방질이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는 가장 흔히 사용되는 비만지수로 23 이상이면 과체중,25 이상은 비만,30을 넘기면 고도비만으로 정의한다. 허리둘레 사이즈가 남성 90㎝ 이상,여성 85㎝ 이상이면 복부비만(대한비만학회 기준,일부 여성 80㎝ 이상을 비만 기준으로 잡기도 함)이다. 보다 엄밀하게 규정하면 체질량지수가 정상이더라도 체지방이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한다. 최근에는 바이오스페이스의 '인바디' 등 체지방을 간단하게 산출하는 의료기기를 헬스클럽 목욕탕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몸무게는 정상이지만 체지방 비율이 높은 '마른 비만'은 근육량이 줄어드는 중년과 다이어트하거나 운동량이 절대 부족한 여성에게 흔하다. 살코기나 두부,콩 등 양질의 단백질을 꾸준히 섭취하면서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게 해법이다. 식사량만 줄이면 오히려 근육이 소실되므로 피한다. 복부비만을 방지하면 내장지방이 쌓여 지방간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의 발병 위험이 커진다.

◆간효소 수치 40 이상이면 간손상= 간기능 검사는 간에 염증이 생겼을 때 증가하는 효소의 수치인 AST(GOT)와 ALT(GPT)다. 이들 효소는 간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 존재하는데 간이 손상돼 세포가 파괴되면 AST와 ALT가 간세포에서 빠져나와 혈액 속을 돌아다님으로써 그만큼 수치가 올라가게 된다. 정상수치는 40IU/ℓ 이하다.

간효소 수치는 급ㆍ만성 간염,지방간에 의해 상승한다. 간효소 수치는 현재 간세포가 얼마나 파괴되고 있는지를 나타낸 것이기 때문에 정상 간세포가 이미 거의 파괴돼버린 간경변증이나 간암에서는 오히려 간효소 수치는 정상인 경우가 많다. AST는 간 외에 심장 근육 혈액이 파괴될 때도 증가하는 반면 ALT는 간이 손상된 경우에만 상승하므로 ALT가 보다 적합한 지표라 할 수 있다.

◆소변검사 결과도 자세히 살펴야=요당 검사는 소변에서 당 검출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당뇨병,과도한 흥분,임신 등에 의해 요당이 나타난다. 요단백검사는 소변 중 단백질 검출 여부를 조사하는 것으로 신장염,고혈압,기립성단백뇨에 의해 요단백이 생긴다.

미세알부민뇨는 하루 소변량 중 알부민이 30~299㎎,알부민뇨는 300㎎ 이상 검출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합쳐서 단백뇨라 부른다. 미세알부민뇨는 만성신장병이 합병됐음을 알리는 신호등 역할을 하며,알부민뇨는 신장 손상이 본격화됐음을 나타낸다.

요잠혈검사는 소변에서 혈액검출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헤모글로빈증(헤모글로빈의 구조이상 또는 파괴),심부전,요로결석,과도한 음주나 피로,심장질환인 경우에 양성이 된다. 요pH 검사는 소변의 산도를 측정하는 검사다. 산성뇨는 임신,발열,생리가 주된 원인이며 알칼리뇨는 요로감염자에게 주로 나타난다. 요pH는 5.5~7.5가 정상이다.

한편 혈액검사 중 헤모글로빈 수치는 남자 13~16.5g/㎗,여자 12~15.5g/㎗이 정상치다. 정상치 이하면 빈혈,백혈병,관절염 등이 의심된다. 정상치를 초과하면 심장질환,일산화탄소중독증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높을수록 좋은 시력,시력 관리 어릴 때부터= 정상 시력은 1.0~1.5 정도이다. 시력이 높을수록 좋은데 그 한계는 없다. 초원지대에 사는 몽골인 중에는 넓은 시야 덕에 8.0의 시력을 가진 사람도 있다.

아이들의 시력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안경을 착용했더라도 10세 이전까지는 1년에 한두 번 시력검사를 해야 한다. 안경을 써도 시력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두 눈의 시력이 시력검사표 두 줄 이상 차이 나는 약시가 아닌지 의심해본다. 약시는 어릴 때 교정하면 예후가 좋지만 8~10세 이후에는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병원에서 실시하는 시력교정술 외에 시력 회복을 위한 눈 운동이나 안구체조 등은 객관적으로 치료 효과가 입증된 게 없다. 영양제 역시 마찬가지.눈에 좋은 영양소를 보충하는 것만으로 시력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종양표지자 검사는 참고할 근거일 뿐= 종양표지자는 각종 암에서 대표적으로 상승하는 물질을 혈액검사로 측정하는 것으로 암의 조기진단에 도움이 된다. 태아성암항원(CEA)은 대장암과 폐암,CA-125는 난소암과 자궁내막암,CA 19-9는 췌장암,전립선특이항원(PSA)은 전립선암,태아단백호르몬(AFP)은 간암의 종양표지자 검사로 쓰인다. 그러나 이런 종양표지자는 암과는 상관없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고 암이 있어도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종양표지자 검사 단독으로는 암의 유무를 완벽히 진단할 수 없으며 건강검진에서 이들 수치가 상승하면 전문의와 상담을 거쳐 정밀검사를 받고 질환 유무를 판별해야 한다.

도움말=정정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교수 (소화기내과)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