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히 정상에 섰다고 말할 수 있다.

등반은 극한의 상황을 통해 이 세상 누구도 느낄 수 없는 남다른 성취감을 맛보는 것이다"
여성산악인 최초 히말라야 8천m 14좌 완등에 도전하는 여성 산악인 오은선(43.블랙야크)씨가 지난 5월 올랐던 칸첸중가(8천586m) 등정을 놓고 최근 불거진 '성공 의혹'에 대해 "당당하게 정상에 섰다고 말할 수 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오 씨는 3일 금천구 가산동 블랙야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제기된 등정 소요 시간과 정상 확인 사진에 대한 의혹은 모두 잘못된 것"이라며 "기록을 달성하려고 산에 다니지 않았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내가 그동안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을 알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오 씨는 지난 5월 6일 히말라야 칸첸중가 정상에 올랐지만 최근 마지막 캠프에서 정상까지 등정 시간이 너무 짧고, 정상에서 찍은 사진도 주변을 알 수 없어 의심스럽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자회견 도중 자주 눈시울을 붉힌 오 씨는 "사진에 대한 의구심으로 시작해 시간에 대한 오보로 이어지면서 일반인들에게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것처럼 알려져 속이 상한다"라며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3시간 40분 만에 등정?'.."12시간 40분 걸렸다"
오 씨의 등정을 둘러싸고 가장 먼저 제기된 것은 등반에 소요된 시간문제다.

등반에 함께 참여했던 방송국 카메라에 오 씨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잡힌 게 오후 2~3시께 해발 8천미터 지점이었는데 오 씨가 정상 등정을 알려온 시간이 오후 5시 40분이어서 3시간 40분 만에 500m 구간을 주파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 씨는 "3시간40분은 8천450m 지점을 지나서 정상인 8천586m까지 약 130m를 올라가는 데 걸린 시간을 의미한다"라며 "캠프4(7천800m)에서 정상까지 걸린 시간은 총 20시간 20분이다.

8천m 지점에서 대암벽 구간을 통과해 정상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12시간 40분이다"라고 반박했다.

오 씨에 따르면 칸첸중가를 올라가는 루트는 10여 가지가 넘고 라인홀트 매스너(이탈리아)가 등정했던 1번 코스를 탔다.

지난 1999년 먼저 정상에 올랐던 박영석 씨와는 다른 루트를 사용했다는 게 오 씨의 설명이다.

◇'사진만으로는 정상임을 알 수 없다?'.."악천후였다"
오 씨가 칸첸중가 정상 등정의 물증으로 공개한 사진이 정상임을 확인하기에 불충분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악천후로 시야가 매우 좋지 않았다.

함께 등정한 셰르파 3명이 정상이라고 말해줘서 사진을 찍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네팔 카트만두에 주재하며 산악인들을 오랫동안 인터뷰해온 엘리자베스 홀리 여사와 인터뷰를 통해서도 자신의 등정 사실을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오 씨는 "홀리 여사와 2시간 동안 세세하게 많은 얘기를 나눴다.

얘기 끝날 때 칸첸중가 등정 사진 보여달라고 해서 바로 보여줬다"라며 "사진을 찍은 위치도 물어봐서 정상의 꼭짓점 부분에서 약 5m~10m 사이 지점이라고 말해줬다.

날씨가 좋지 않아 정확한 거리 측정이 쉽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등정을 마치고 베이스캠프에서 스페인과 노르웨이 등 다른 나라 산악 팀과 등반 과정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이들은 나의 등반 모습을 모두 지켜봤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 씨보다 12일 후에 칸첸중가에 오른 한국 산악 팀이 정상에서 산소통 2개를 봤다는 증언을 했다는 내용에 대해선 "바람과 눈이 거세 정상에 1분 정도 머물렀다.

시야가 좋지 않아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라고 대답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오 씨와 함께 등정한 셰르파인 다와 옹추(37)가 참석해 오 씨의 결백을 거들고 나섰다.

옹추는 "내가 직접 정상에서 사진을 찍어줬다.

칸첸중가만 이번이 네 번째 등정이다.

정상에 오른 것을 확신할 수 있다"라며 "당시 날씨가 매우 좋지 않아 1분 정도 머물렀다.

사진만 찍고 서둘러 내려왔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런 의혹이 나오는 것은 네팔 정부가 내준 등반 확인서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마음이 너무 아프다.

이런 얘기가 나오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