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최근 신한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과정에서 '정상'으로 분류한 기업의 파생상품 평가손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쌓으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져 금융권에 파생상품 회계처리 기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회계규정상 확정되지 않은 평가손실에 대해서는 충당금을 쌓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여신이 아닌 파생상품에 대해 충당금을 쌓을 경우 선물거래 비용이 늘어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어 금감원의 지도를 그대로 따라야 할지 고민에 빠진 것.

신한은행 관계자는 11일 "금감원이 자산건전성 분류상 정상 판정을 받은 기업들중 파생상품 평가손이 있는 일부 기업에 대해 충당금을 쌓으라고 권고했다"며 "2분기 회계처리시 충당금을 쌓을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국내 시중은행 중에 정상 분류 기업의 평가손에 대해 충당금을 쌓은 곳은 한 군데도 없어 신한은행의 결정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조치가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대체로 금감원의 지도가 다소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연말 · 연초에는 환율 급등에 따라 평가손이 발생했지만 환율이 다시 하락하면 손실이 상당부분 줄어드는데 굳이 충당금을 쌓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대규모 손실을 입어 부도 가능성이 생긴 기업의 경우에는 자산건전성 평가 등급을 낮춰 충당금을 쌓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신이 아닌 파생상품 자체에 충당금을 쌓으라는 것도 다소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이같이 보수적인 잣대를 적용할 경우 회사채나 주식 평가손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리가 가능해진다. 충당금부터 쌓아놓고 선물거래를 하면 거래 비용이 증가해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해 키코 사태를 경험한 금감원의 입장은 확고하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영업에선 정상적인 이익이 나더라도 키코 거래로 수백억원씩 평가손이 발생하면 정상기업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해당기업이 리스크가 커지면 손실가능성에 대해 충당금을 쌓는다는 기본 원칙을 파생상품 평가손에도 적용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파생상품에 대한 회계 기준이 정립되기 전까지는 은행들이 금감원 지도를 따를 수밖에 없어 2분기 은행들의 충당금 적립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기업들의 헤지규모와 이달 말까지의 환율 변동 상황을 봐서 충당금 적립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재/김현석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