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체지방을 없애고 근육을 만들어주는 등 노화방지 역할을 하는 국산 성인 성장호르몬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3상시험을 통과했다. 이르면 2011년께 미국 현지 시판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LG생명과학(대표 김인철)은 1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미국내분비학회(ENDO)에서 회사가 자체 개발한 서방출형(徐放出形:체내에서 천천히 작용하는 형태) 성인용 성장호르몬 'LB03002'가 FDA 기준 임상 3상시험 결과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미국과 유럽에서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환자 152명을 대상으로 26주에 걸쳐 임상 3상시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체지방 및 다른 체성분 수치가 감소했으며,안전성도 확인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특히 복부 지방량의 경우 투약 이후 8.7%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장호르몬은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어린이들에게서는 키를 크게 해주는 역할을 주로 담당한다. 하지만 성장판이 닫힌 성인에게서는 지방분해 등 대사 촉진과 근육 생성,골밀도 강화 등으로 역할이 바뀐다. 원래는 인체유래 단백질이지만 효모에 인간 성장호르몬 합성 유전자를 끼워넣는 유전자재조합 방식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LG생명과학은 1995년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기존 성장호르몬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에 착수,히알우론산으로 호르몬을 코팅함으로써 체내에서 1주일간 서서히 호르몬이 작용하게 하는 서방출형 성장호르몬을 개발했다. 이후 2003년 국내외 특허를 따낸 뒤 2006년부터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스위스 바이오파트너스(Biopartners)와 공동으로 국제 임상을 진행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일주일에 한 번만 맞아도 되는 성장호르몬이 국제기준에 따라 진행된 임상 3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라며 "미국 FDA 최종 판매 허가를 받을 경우 미국시장에서만 연간 약 1500억원 이상의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성인 성장호르몬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4조원 규모이며 미국에서만 연간 1조5000억원어치가 팔리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는 이미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의사 처방을 받아 투약하는 전문의약품으로 허가를 받고 국내에서는 '디클라제(성인용)', '유트로핀플러스(소아용)'로 판매하고 있다. 회사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최종 시험단계인 이번 임상 결과를 토대로 내년에 FDA 판매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FDA 허가를 획득하면 선진국 제약사들이 그동안 실패했던 서방출형 성장호르몬 개발을 국내 기술로 성공시킨 최초 사례가 된다"며 "국산 글로벌 신약 1호인 퀴놀론계 항균제 '팩티브'에 이어 국내 제약업계의 새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