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6시께 서울 지하철 2호선 객차 안.한 아주머니가 선 채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 아주머니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이들이 앉아있던 좌석은 원래 임산부나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양보해야 하는 '교통약자 배려석'.그러나 홍보 부족과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전혀 기능을 하지 못했다.

교통약자 배려석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2007년 12월.기존 노약자석과 별도로 지하철 1호선 차량의 각 객차마다 7석의 자리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든 임산부,장애인,아이를 동반한 사람들을 위해 마련했다. 이어 서울메트로는 지난 3월부터 이를 2~4호선으로 전면 확대했다. 지하철 5~8호선을 운영중인 도시철도공사도 작년 11월부터 이미 시행중이다.

교통약자 배려석이 모든 지하철 노선에 도입된 지 한 달을 훌쩍 넘겼지만 정착되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 매일 지하철을 이용한다는 대학생 이경은씨(24)는 "교통약자 배려석이 뭔지 전혀 들어본 적도 없다"며 "노약자석과 어떻게 다르냐"고 오히려 기자에게 되물었다.

실제 교통약자 배려석을 알리는 표지판은 시민들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작다. 서울시의 엄격한 디자인 가이드라인 탓이다. 서울 메트로 관계자는 "지하철에 붙이는 모든 광고 · 홍보 문구는 그 크기와 위치가 디자인 가이드라인으로 규정돼 있다"며 "안내방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홍보에 애를 먹고 있다"고 털어놨다.

일부 시민들의 무관심도 도를 넘고 있다. 지하철에서 만난 상당수 시민들은 "(교통약자 배려석) 표지를 본 적은 있지만 다들 무시하는 분위기라 그냥 앉게 된다"고 말할 정도다. 심지어 한때 교통약자 배려석을 노약자석으로 오인해 "일반인들이 앉을 좌석이 부족하다"며 다음 아고라에 폐지를 청원하는 운동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교통약자 배려석은 권고사항일 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약자 배려 문화는 시민사회의 성숙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서울시가 적극 홍보에 나서고 시민들도 이를 준수하는 모습이 절실하다. 집안에 최소 한 명 이상의 '교통약자'를 가진 우리,우리 가족을 위한 자리라는 마음으로 교통약자 배려석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