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주가가 급락할 때 공적자금을 최대 50조엔(약 670조원)까지 투입할 수 있는 '증시 안전판'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아소 다로 총리 직속으로 증시개입 여부를 결정할 가칭 위기대응위원회를 신설할 계획이다. 여기엔 재무상 금융담당상 등과 일본은행 총재 등이 참가한다. 경우에 따라선 민간금융전문가도 참여시킬 방침이다. 총리는 '주식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이 중대한 지장을 받는 예외적인 상황이 지속될 경우'에 위원회를 소집해 공적자금 투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지난해 9월 미국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해 주가가 급락한 것과 같은 비상상황을 염두에 둔 증시 안전장치인 셈이다. 주식을 실제로 사들이는 기관은 별도로 설치된다. 주식 매입자금은 정부와 민간이 공동기금 형태로 마련하지만 민간 출자분에 대해 정부가 100% 보증하기 때문에 공적자금과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와 여당에 따르면 최근 도쿄증시에서 주로 주식을 팔고 있는 주체는 외국인과 일반기업 생명보험회사 등이다. 이들의 보유주식 총액은 지난 3월 말 현재 약 150조엔에 달한다. 이 가운데 장기 보유주식 등을 뺀 잠재적 매물은 60조엔 규모로 추정된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주가 안전판으로 준비하려는 50조엔은 최대 주식매각 예상액의 80%를 넘는다.

이 같은 증시 떠받치기는 주가 급락으로 인해 실물경제까지 악영향을 받는 사태를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주가를 부양하는 것은 선진국에선 이례적인 일이란 지적도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15조4000억엔(약 200조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경기부양책도 확정해 발표했다. 재정투입 규모는 일본 국내총생산(GDP) 약 500조엔의 3%다. 주요 부양책엔 △주택구입용 자금 증여세 감면 △가전제품 · 자동차 구입시 보조금 △취학전 아동수당 확대 △대기업 연구개발(R&D)비 세액공제 확대 △하네다공항 활주로 연장 등 공공사업 등이 포함됐다. 15조4000억엔의 재정을 투입해 시행되는 이들 사업의 총 규모는 56조5000억엔에 이른다.

한편 이날 도쿄 증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 발표와 50조엔의 '증시 안전판' 마련 호재 등으로 전날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닛케이평균주가는 48.05포인트(0.54%) 오른 8964.11로 마감했다. 개장 초반엔 90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닛케이지수가 9000선을 넘기는 3개월 만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