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해외 기업 쇼핑 리스트 1번은 글로벌 브랜드나 자원이 아닌 기술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최신호(4월9일자)에서 메릴린치 보고서를 인용,중국의 해외 기업 인수 · 합병(M&A) 타깃은 첨단기술에 정조준돼 있다며 중국이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기술 사냥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최근 베이징자동차 등이 컨소시엄을 이뤄 제너럴모터스(GM) 계열사인 델파이의 브레이크시스템과 서스펜션 부문을 포함한 일부 자산 인수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지리자동차는 지난달 4700만호주달러의 현금 투자와 110만호주달러의 부채 인수 방식으로 트랜스미션업체인 호주 DSI를 사들였다.

포브스는 중국 국무원이 GM이나 볼보 등 대형 업체를 통째로 사들이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반면 핵심 부품업체 인수에는 적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선 브랜드보다는 핵심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첨단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있다. 중국삼성에 LCD(액정표시장치) 공장을 지어달라는 각 지방정부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또 철강 직물 등의 분야에서도 첨단기술 확보를 위한 M&A나 제휴 협상이 물밑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포브스는 "중국의 경제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핵심 기술이나 장비의 높은 해외 의존도는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금융위기로 경영이 어려워진 핵심 기술 보유업체를 사들인다는 방침 아래 적극적인 기술 쇼핑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