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초 `로비설' 급부상 가능성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 수사를 통해 불과 34일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변 인물인 노건평씨와 박연차 회장을 구속하고 정대근 전 농협 회장을 추가기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박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함으로써 대규모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과 휴켐스 헐값 매매 의혹, 정치권 로비 의혹에 대한 실체를 완전히 규명하지 못했다는 숙제도 남겨뒀다.

검찰은 또 지난해 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세종증권 매각 경위를 조사했지만 범죄 성립 여부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당시 청와대가 노 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을 묻어뒀을 가능성도 제기됨에 따라 정치권 공방도 예상된다.

◇박연차ㆍ정대근 정치권 로비 의혹 = 핵심은 박 회장과 정 전 회장이 정ㆍ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거액의 로비 자금을 살포했다는 것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 회장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 인사와 폭넓은 친분 관계를 쌓아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회장의 로비 의혹은 수사 후반부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정치권 인사들의 명단이 적힌 로비 리스트가 나돈다는 소문이 퍼지는 등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박 회장 뿐만 아니라 정 전 회장도 세종캐피탈 측으로부터 받은 50억원 가운데 일부를 정치권에 뿌렸다는 의혹도 제기됐고 검찰은 실제로 정 전 회장을 면회한 인사들의 명단을 확보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이들의 로비 의혹에 대해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고 정 전 회장이 받았던 50억원의 사용처도 모두 규명했다.

그러나 검찰이 박 회장 등의 여죄를 계속 수사한다고 밝혔고 박 회장이나 정 전 회장이 입을 열 경우 `로비설'은 급부상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중수부 수사팀은 "수사에 착수할 단서를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는 것이지 수사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거듭 입장을 표명해 내년 2~3월 검찰 정기인사 전까지 이 부분에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 미공개정보 이용 세종증권 주식거래 의혹 = 박 회장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협의가 진행 중이던 2005년 6월 실ㆍ차명으로 세종증권 주식 134억원어치를 매수했다가 인수가 공식 발표된 2005년 12월 매각해 259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으로부터 내부정보를 들은 뒤 수익을 챙겼을 것이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검찰은 2005년 1월 이후 세종증권 주식 거래 내역을 확보해 의심계좌 210여개를 분석했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럼에도 2005년 6월께 박 회장이 노씨와 통화한 직후 증권계좌를 개설해 세종증권 주식을 집중 매입한 점에 주목해 노씨가 박 회장에게 정보를 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풍문을 듣고 투자했으며 세종증권 내부자로부터 정보를 듣고 주식을 산 것이 아니다"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면 주식 거래자가 세종증권 (준)내부자이거나 이들로부터 직접 정보를 취득했다는 사실을 규명해야 하는 만큼 검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휴켐스 헐값 매매 의혹 = 박 회장이 농협의 알짜 자회사인 휴켐스를 인수할 때 입찰가격보다 322억원이나 낮게 계약이 체결돼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 수사 결과 휴켐스 인수를 위해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에게 20억원 줬고 농협은 내부보고서를 유출해 `검은 거래'가 성립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휴켐스 매각에 관여한 당사자들이 감액 과정이 적정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부당 감액에 따른 배임 혐의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검찰은 항목별로 감액 대금이 적정했는지에 대해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