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유럽의 지도자들 사이에 명암이 뚜렷이 엇갈린 한해였다.

두 말할 필요 없이 유럽 대륙을 뒤흔든 러시아와 그루지야 전쟁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 계기로 작용했다.

우선 승자로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그리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꼽을 수 있다.

사르코지는 지지율 하락으로 2008년을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7월 1일 유럽연합(EU) 의장직을 맡은 뒤로 8월 그루지야 사태와 9월 금융위기 대처, 12월 기후변화 협상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국면 전환을 끌어냈다.

브라운 역시 집권당 내에서 사퇴 압력에 처할 만큼 출발은 불안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국면에서 새로운 브레턴우즈 체제 창설을 제창하고 은행 국유화와 구제금융을 신속하게 실행에 옮기는 등 경제 마인드를 십분 발휘하면서 성공한 지도자의 반열에 올랐다.

여성 총리인 메르켈의 경우 사르코지와 브라운의 활약에 빛이 바랜 면이 있지만 위기 국면에서 정치, 외교적 수완으로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반면 아일랜드의 브라이언 코언 총리는 EU 통합을 골자로 한 리스본 조약이 지난 6월 국민투표에서 부결돼 취임 한 달 만에 정치적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위기로 국가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대표적인 유럽의 실패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국가적으로는 슬로베니아가 옛 유고연방 국가로서 유일하게 EU 가입에 성공해 승리자로 기록된 반면 폴란드는 대통령과 총리가 정책 주도권을 놓고 충돌한 것도 모자라 연말 EU 정상회의에 누가 참석할지를 놓고도 다툼을 벌이는 등 국가 지도자들 간의 갈등으로 망신살이 뻗쳤다.

(브뤼셀 dpa=연합뉴스)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