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지로 친 볼이 먹구름이 걷힌 싱가포르 하늘을 가르고 16번홀(파4) 그린 위 홀 바로 옆에 떨어졌다.

갤러리들의 따뜻한 박수를 받고 그린 위로 올라선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동반 플레이어 박세리(31)로부터 컨시드를 받고 3홀차 승리를 마무리 지었다.

1994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해 10년 이상을 `여제'로 군림했던 소렌스탐이 30일 싱가포르 아일랜드골프장에서 열린 제4회 렉서스컵대회에서 대장정을 끝냈다.

소렌스탐은 내달 11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개막하는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두바이 레이디스 마스터스에 출전하지만 LPGA 투어 대회는 이날이 마지막이었다.

인터내셔널팀 주장을 맡은 렉서스컵에서 극적인 우승까지 차지한 소렌스탐은 "은퇴 무대에서 우승컵까지 안겨 준 우리 선수들이 너무 고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소렌스탐은 시상식에서 "내년에도 렉서스컵에 오고 싶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으나 "선수로서가 아니라 응원하러 오겠다"며 복귀 전망을 일축했다.

소렌스탐과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눈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은 "소렌스탐의 미사일 아이언샷이 그리울 것"이라고 했고 캐서린 헐(호주)은 "그는 나의 위대한 롤모델이었다"며 은퇴를 아쉬워했다.

카렌 스터플스(잉글랜드)는 "소렌스탐은 여자골프의 수준을 한 차원 높여준 선수였다"고 덧붙였다.

아시아팀 주장 박세리(31)는 "그는 정말 위대한 선수였고 돌아오기를 우리 모두가 바라겠지만 그렇게 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970년 스톡홀름에서 태어난 소렌스탐은 1995년 LPGA 투어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달성하면서 골프계를 놀라게 했고 그 해에 GHP하트랜드 클래식,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보태 올해의 선수상을 받으며 1인자의 자리를 굳혀갔다.

이후 카리 웹(호주)에게 잠깐 1인자 자리를 내줬고 박세리(31)와 김미현(31.KTF) 등 한국 자매들의 강력한 도전을 받기도 했지만 소렌스탐은 `스윙 머신'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흔들리지 않는 샷으로 그린을 지배했다.

올 시즌까지 LPGA 투어 통산 72승을 올렸고 이중 메이저대회 우승만도 10차례나 차지하며 여자골프 정상을 지켰다.

(싱가포르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