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외환보유액이 하루게 다르게 줄어들면서 러시아 정부의 위기 극복 능력이 점점 의심받고 있다.

6일 러시아 중앙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 외환보유액은 약 710억4천만 달러가 빠져나가 현재는 4천846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가장 많았던 지난 7월 5천816억 달러에 비해 1천억 달러 가까이 빠진 셈이다.

그루지야와 전쟁을 벌인 지난 8월 143억 달러,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된 9월에는 255억 달러가 줄어드는 등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외환보유액 감소는 재원 조달의 국외 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자본이탈이 계속되고 있고, 환율 방어를 위해 대량으로 외환을 사용한데다 금융권과 기업 외채 상환을 위해 대외경제개발은행(VEB)에 500억 달러를 배정한 것 등이 주 요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외환보유액 감소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유가다.

전날 우랄산 석유가격이 배럴당 6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2년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올봄 140달러를 오르내리던 것에 비하면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외환보유액이 급감하자 충분한 외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1998년 디폴트(채무불이행)와 같은 사태는 일어날 수조차 없으며 이번 금융위기가 국내 실물 경기에 타격을 주더라도 기본 펀드멘틀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던 관료들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여기에 석유수출관세 인하, 부가세 납부 연기, 지급준비율 인하 등 다양한 금융 시장 안정책을 내 놓긴 했지만 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하면서 투자자와 러시아 국민 모두 정부 정책을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대국민연설에서 "러시아는 아직 어려운 상황에 빠지지 않았으며, 외환보유액 등을 바탕으로 과거 수년간 축적한 잠재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앞으로 6개월을 어떻게 버티느냐에 따라 상황이 역전될 수도 있고, 아니면 1998년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워싱턴 소재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앤드류 쿠친스 유라시아 담당은 최근 모스크바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금융 위기가 진정되지 않고 유가가 5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러시아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보유 현금을 써야 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