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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서 첫 국민참여재판 … 달라진 '논리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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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檢 "강도 상해는 최소 징역 7년 해당"

    배심원 "우발ㆍ자수 감안해 집유 4년"

    "피고인은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목장갑을 착용할 만큼 계획적이었습니다."(검사)

    "무슨 소리입니까.피고인은 목장갑을 아예 끼고 있지 않았습니다."(변호사)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배심제 재판(국민참여재판)이 대한민국 사법사상 최초로 12일 대구지방법원법 제11호 법정에서 열렸다.검사와 변호사는 재판부 위주로 진행하던 법률공방을 버리고 일반인으로 구성된 12명의 배심원단을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재판에선 검사와 변호사들의 어투부터 예전과 달랐다. 과거 검사와 변호사들은 재판부를 향해 피고인들이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전문용어를 써가며 그들만의 재판을 했다. 하지만 이날 검사와 변호사는 문어체투의 딱딱한 어투를 버리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구어체 표현을 앞다퉈 사용했다.유무죄 평결을 내리는 배심원단이 일반인들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재판정 왼편에 위치한 스크린에는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사건의 개요도와 증거사진들이 파워포인트 화면으로 나타나 배심원들의 이해를 도왔다.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 같았다.

    재판은 오전 10시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피고인 이모씨의 공판에 참석할 배심원을 선정하는 데서 출발했다.법원이 보낸 출석 통지서를 받은 230명 중 87명의 배심원 후보자가 나왔고 2시간가량의 선정절차를 거쳐 9명의 배심원과 3명의 예비배심원이 뽑혔다.

    이어 오후 2시부터 5시40분까지 3시간40분가량 진행된 공판에서는 피고인인 이씨의 범죄가 계획적이고 악의적인 강도상해죄에 해당되느냐 우발적인 범죄에 해당하느냐 여부를 두고 변호인 측과 검찰의 팽팽한 대결이 벌어졌다.검찰 측은 유혈이 낭자한 피해자의 사진 등을 배심원단에게 보여주며 이씨의 범죄가 계획적이고 잔인해 최소 징역 7년 이상을 선고해야 하는 강도상해죄라고 주장했다.변호인 측은 이씨가 강도를 한 것은 맞지만 강도와 별개로 피해자에게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를 병원에 데리고 갔으며 자수를 하는 등 범죄가 중하지 않기 때문에 양형에 있어서 선처해줄 것을 호소했다.

    배심원들이 1시간30분간의 평의를 끝내고 재판부에 평결이 담긴 봉투를 재판부에 전달하자 법정에는 긴장감이 돌았다.배심원단은 피고인 이씨가 범행 후 피해자를 업고 병원까지 가는 과정에 자수 의사를 밝히는 등 자수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변호인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만장일치로 강도상해죄에 해당하지만 양형에 있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법정 최저형이 징역 7년에 해당하는 강도상해죄이지만 여러가지 정황상 실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것.배심원단은 논란을 거듭한 끝에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에 의견이 모아졌다.재판부는 판결에서 "배심원들의 의견이 헌법과 법률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재판부는 특히 "배심원들이 다수 의견으로 집행유예 의견을 낼 것으로 예상했으나 만장일치로 이 같은 의견을 제시한 것은 다소 의외의 결과"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여한 김진철씨(40)는 "부담스럽긴 했지만 재판과정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참여할 수 있어 기쁘다"며 "토론과정이 원만하게 이뤄져 합의를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또 우석구씨(39)는 "처음이라 준비가 덜 돼 있는지 배심원단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많았던 게 흠"이라고 밝혔다.


    대구=박민제 기자/김민지ㆍ김규환 인턴기자 pmj53@hankyung.com


    ◆국민참여재판=만20세 이상 일반 시민이 배심원 자격으로 판결에 참여하는 재판이다.살인죄나 강도ㆍ강간죄, 1억원 이상 뇌물죄 등 중형이 예상되는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이 참여재판을 신청하면 법원이 적절성 여부를 판단해 이뤄진다.배심원들은 검사의 신문과 변호사의 변론을 지켜본 뒤 평의실에서 회의를 거쳐 유ㆍ무죄 여부와 양형 의견을 제출한다.재판장은 반드시 배심원 평결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배심원 일당은 5만~1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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