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 물리II 과목에서 출제된 한 문제의 정답이 2개라는 한국물리학회의 지적에 대해 수능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복수정답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복수의 정답을 인정할 수 없다는 평가원의 논리가 빈약해 물리II 응시자들의 집단소송 등 출제 오류 논란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물리학회와 평가원에 따르면 물리II 과목에 응시한 수험생이 물리학회로 '11번 문항에 대한 진위 여부를 알고 싶다'는 이메일을 보낸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물리학회는 교육위원회를 소집해 논의한 후 '복수 정답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확정했다.

논란이 된 11번 문제는 이상기체의 압력과 부피,온도의 변화를 보여주는 그래프와 이를 설명하는 예시문 3개를 제시한 뒤 설명 중 옳은 것을 모두 고르는 3점짜리 객관식이다.

예시문 가운데 ㉠은 틀리고 ㉢은 맞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지만 ㉡은 이상기체가 몇 개의 원자로 구성돼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물리학회 측의 설명이다.

이상기체가 원자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면 ㉡의 설명이 맞지만 2개 이상의 원자로 돼 있다면 틀린 설명이 된다.

해당 문제에는 단원자 이상기체라는 전제가 없었다.

물리학회의 주장에 대해 평가원은 '고교 교육 과정에서는 이상기체가 하나의 원자로 구성된 것만 가르치기 때문에 ㉡의 설명은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평가원 측은 "수능은 고교 교육 과정 범위와 수준에 따라 출제한다는 원칙에 따라야 하고 그 원칙에 비춰 이 문항은 이상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평가원의 설명이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7차 교육 과정 지침서에 과학과 물리Ⅱ 부분에는 '다원자 분자 이상기체의 내부 에너지는 다루지 말라'거나 '단원자 분자 이상기체의 내부 에너지만 다룬다'는 조항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물리 교과서 9종 중 2종에서 다원자 분자 개념이 등장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 입시 전문가는 "평가원이 수능 성적을 반영하는 수시 2학기 합격자가 이미 가려진 데다 정시모집도 시작된 상황에서 전면 재채점은 힘들다고 보고 정치적인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도입된 등급제 수능에서는 1문제 차이가 등급을 가르고 당락도 뒤바꿀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험생들의 집단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