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이월 명품을 정가보다 최고 절반 이상 싼 값에 할인 판매하는 '프리미엄 아울렛' 설립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세계는 미국 프리미엄 아울렛 업체인 첼시 프로퍼티 그룹과 신세계첼시를 설립,여주에 1호점을 연 데 이어 파주에 2호점을 열기로 했고 롯데백화점도 진출 계획을 확정지었다.

하남시는 최근 홍콩의 유통전문기업 킹파워그룹(KPG)과 신장동,창우동 일대 그린벨트 부지 56만7000㎡(17만평)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건설키로 하는 투자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킹파워는 이 곳에 1조4000억원을 투자,2010년 말까지 매장 600개를 수용하는 매머드급 프리미엄 아울렛을 완공할 계획이다.

킹파워는 아시아와 유럽에 500여개 소매점과 190여개 면세점을 갖고 있어 이월 명품 확보에 유리하다는 게 하남시 측 설명이다.


◆프리미엄 아울렛 개발 러시

지난달 하순 경기도 화성 송산에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건립키로 경기도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한 USK프로퍼티홀딩스도 프리미엄 아울렛을 포함한 대규모 쇼핑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백화점 '빅3'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신세계첼시는 1억2000만달러를 들여 경기도 파주에 프리미엄 아울렛 2호점을 2010년까지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롯데도 2009년 1월 경남 김해 장유면에 아울렛 1호점을 개장하기 위해 지난달 착공에 들어갔고 수도권 후보지도 물색 중이다.

롯데 관계자는 "내년 1월께 수도권 건립 대상지를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파주 통일동산 내 테마파크 개발을 진행 중인 CIT랜드의 보유 부지도 후보지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철지난 명품 확보…'글쎄요'

프리미엄 아울렛 개발 붐은 국내 명품 열풍과 맥이 닿아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백화점들의 전체 매출 신장률은 한자릿수를 맴돌고 있는 반면 해외명품 판매 신장률은 해마다 30% 이상 고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난립한 아울렛들에 원활한 재고 명품 공급이 가능한지 여부가 논란거리다.

국내에 처음 선보인 여주첼시아울렛은 개장 초기 고객들의 항의에 시달렸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일부 명품 매장의 경우 조기 매진돼 수개월 동안 '개장 휴업' 상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여주아울렛 관계자는 "아울렛용 명품을 따로 생산하는 게 아닌 이상 원활한 수급이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특정 브랜드의 경우 갖다 놓기가 무섭게 팔려나가 추가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과도한 출점 경쟁으로 이미 공급 계획이 수요를 넘어섰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발표됐거나 추진 중인 프리미엄 아울렛이 모두 완공되는 2012년께는 전국에 10개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2000년 첫선을 보인 이래 현재 운영 중인 프리미엄 아울렛은 7개에 불과하다는 것.업계 관계자는 "시장 규모를 감안한 정확한 수요 예측 없는 사업 추진으로는 '텅 빈' 매장에서 손님을 맞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