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4일 불가리아 소피아 국제공항에 착륙한 에어버스 여객기 트랩을 하얀 바지에 폴로 티셔츠를 입은 훨칠한 중연 여성이 만면에 웃음을 지으면서 손을 높이 흔들고 개선장군처럼 내려왔다. 그녀는 프랑스의 새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의 부인 세실리아 여사(49)였다. 그녀는 남편이 대통령에 당선 직후 리바아를 방문, 무아마르 가다피 국가원수와 담판끝에 8년동안 구속되어있던 불가리인 간호사 5명을 석방시켜 이날 함께 도착한 것이었다. 불가리아인들은 열광했다. 리비아 병원에서 일하던 불가리아인 간호사들은 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을 어린이 4백26명에게 주사한 의료사고혐의로 기소돼 사형선고를 받고 수감돼 있었다.

소피아에서 만난 회사원 예프게니 미테브씨는 "간호사들이 8년간 가다피에게 인질로 잡혀있었으나 우리 힘으론 해결못했다---EU에 가입하고나니 풀려난 겁니다. 진정한 유러피언(유럽시민)이라는 게 얼마나 좋은지 실감해요"라며 감격해했다. 그날 불가리아 신문들은 "간호사들 돌아오다. 프랑스에 감사"는 제목을 뽑았다. 소피아에선 누구와, 어떤 주제로 인터뷰를 해도 대개 "EU가입으로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이런 친서방적인 분위기에 힘입어 '외국자본은 경제구원투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들어 전세계적으로 고개를 들고있는 자원국수주의나 기간산업해외매각에 대한 거부감을 불가리아, 루마니아를 비롯한 발칸국가들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발칸국가들의 입장에선 선진국-특히 서유럽과의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최대한 빨리 밀착시켜야합니다. 불가리아의 경우 법인세를 유럽최저수준으로 낮춘 것은 물론 러시아의 반발을 무릎쓰고 미군기지를 유치하는 것도 궁극적으론 외국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하도록 하기위한 포석입니다." (소피아 대학 오그니얀 민체프 교수)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과감한 개방정책을 통해 EU가입에 성공하는 것을 지켜본 구유고연방지역의 크로아티아도 최근 에너지분야 민영화안을 내놓았다.

"투자매력도 유럽1위"

"다국적기업 CEO대상 조사에서 78%가 앞으로 3년 동안 루마니아의 투자매력도를 유럽 1위로 꼽았다" (글로벌컨설팅회사 어네스트&영 2006보고서) 루마니아가 금년 1월1일부로 학수고대해온 EU(유럽연합)가입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이 나라에 진출한 외국인투자자들이 막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들은 3-4년전부터 브뤼셀의 EU집행부내 기업분과위에 루마니아의 가입자격을 뒷받침하는 각종 호의적인 건의와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런 한편으로 루마니아 정부에 대해 브뤼셀(EU집행부와 의회)를 만족시키위해선 과감한 시장개방과 정치사회개혁 프로그램을 제출하고 실천해야한다고 조언을 겸한 압박을 가했다. 이제 루마니아는 이웃나라 불가리아와 함께 EU멤버가 되었고 '외국인투자협회'의 위상은 경제부처에 필적할 정도로 높아졌다.바루얀 보스가니얀 경제장관은 매달 이 협회와 정기미팅을 갖는다.

경제장관-외국인투자협회 매달 회동

도이나 시오마그 외국인투자협회 사무국장은 "발칸까지 EU를 확대하기위해 루마니아를 보다 친시장적 친서방적으로 변모시키려는 브뤼셀(EU본부)및 외국인투자기업들과 EU가입과 외자유치를 통해 사회전반의 혁신과 경제도약을 노리는 발칸 개혁파들의 의도가 맞아떨어지면서 외국인투자협의회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도이나 사무국장은 "노조와도 현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는다"면서 "EU가입을 압두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촉진하는 등의 입법안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특히, 해고 1개월전 통지로 해고가 가능하도록 노동관련법을 개정한 것이나 적자기업도 퇴직금을 의무적으로 지급해야하는 제도를 없앤 것등은 외국투자자들에게 매력을 더하는 제도개정에도 이 협회가 직간접으로 간여했다.

발칸은 해외세일중

개혁파들은 경제체질바꾸기 전략으로 민영화를 채택했다. 민간자본형성이 안돼있는 상황에서 민영화는 곧 해외매각을 의미한다. 불가리아의 경우 국영제철소는 인도의 미탈에,통신공사는 미국AIG금융그룹에, 전력회사는 독일의 E.ON에 넘겼다. 국영정유회사는 러시아 루크오일이 사갔고 구리광산은 오스트리아의 뵈스트 알피네가 가져갔다. 발칸의 세일 품목중에서 단연인기는 에너지다. 최근 5년새 루마니아는 29억7천7백만 유로 상당, 불가리아는 8억1천8백만 유로 상당의 정유 전력등 국영기업을 민영화했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오스트리아의 OMV사는 루마니아 국영정유회사 페트롬을 6억6천만 유로에 인수했고 경쟁자인 헝가리의 MOL사는 루마니아 전역에 주요소망을 깔고있다. 서구에너지기업들의 독식에 자극받아 루크오일 RAO 가스포롬등 러시아 에너지그룹들도 가세하고있다. 러시아의 전력회사인 UES은 최근 불가리아 석탄화력발전소 국제입찰에서 경쟁자보다 10배나 높은 금액을 써내 인수에 성공했다.


소피아ㆍ자그레브ㆍ부쿠레슈티ㆍ베오그라드=이동우 부국장 lee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