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이 이란과 맞닿은 페르시아만에서 대규모 훈련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란이 미 해군 함정에 발포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국제 유가가 한때 68달러 선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미 해군이 이를 공식 부인하면서 유가는 다소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2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 시간외거래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한때 배럴당 68.91달러까지 올라 정규 마감가격(62.93달러)에 비해 6달러 가까이 급등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다.

최근 5일간 WTI 선물가는 6달러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이날 유가 급등은 이란이 페르시아만에 정박해 있던 미 해군 함정에 미사일을 발포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시작됐다.

알라론트레이딩의 수석 분석가 필 플린은 "시장이 이란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발포 루머가 돌자마자 시장이 바로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미 해군이 이란 발포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하면서 유가는 다시 63달러 선으로 내려앉으며 안정세를 찾아갔다.

씨티그룹의 팀 에번스 분석가는 "이번 시간외거래에서의 유가 움직임은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에 시장이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원유 시장은 이란을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對)이란 추가 제재 결의와 함께 이란의 영국군 나포 등 지정학적 불안 요인들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 해군이 27일 페르시아만에서 항공모함 2척을 동원,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기동 훈련을 벌이고 있어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유가 급등은 미국 증시 하락과 함께 금,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28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현물가는 온스당 4.21달러(0.6%) 오른 669.00달러를 나타내 지난 1일 이후 3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이란발 지정학적 위기로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위험 회피 수단으로 금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