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에서 심리적 마지노선 역할을 했던 원·달러 환율 930원 선이 무너지면서 환율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매물 증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해석하면서도 추가적인 하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현상과 지속적인 수출 확대로 환율 하락 요인이 여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정부의 환율방어 의지에 따라 추세적인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만큼 당분간 930원 선을 중심으로 공방이 벌어지는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달러화 약세가 주요인

최근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의 경우 30일 116.11(도쿄외환시장 오후 3시 기준)로 0.35엔 올랐지만 여전히 116엔대로 엔화 강세 현상을 보이고 있다.

달러화는 특히 유로화에 대해 2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약세가 뚜렷하다.

이처럼 달러화가 계속 약세를 보일 경우 원·달러 환율도 하락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연 5.25%인 미국의 기준 금리는 내년에 미국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 이르면 12월 중,늦어도 내년 초에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돼 달러화 약세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원·달러 환율의 경우엔 내년도 경상수지 악화 등으로 하락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영주 수석 연구원은 "최근의 원·달러 환율 하락은 국내 요인보다는 글로벌 달러화 약세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원화의 경우 올해 강세가 두드러졌던 데다 내년도 국내 경상수지 전망 등을 감안할 때 엔화에 비해 상대적인 강세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 개입 여부 촉각

전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현상이 나타난 점을 감안하면 최근 원화 환율은 비교적 선방해 왔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927원까지 급락했으나 정부의 시장 개입과 저가 매수세 유입에 힘입어 930원 선을 지켜냈다.

시장 관계자들은 정부의 정책적인 개입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중 은행의 한 딜러는 "글로벌 달러화 약세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역외 세력의 매도세는 당분간 유입될 것으로 보이지만 서울 외환시장에서 저가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공격적인 매도에 나서지도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