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역 로데오 거리는 경기도 고양시를 대표하는 상권 중 하나다.

주엽역이나 정발산역(라페스타) 등 고양시 대형 상권의 대부분이 일산구에 몰려있지만 화정 상권은 덕양구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화정 1·2동 주민들뿐 아니라 원당 행신 등 덕양구 내 다른 곳에서도 많은 이들이 방문한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본부장은 "화정역은 인근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뿐만 아니라 덕양구 내 타지역에서도 즐겨찾는 알짜배기 상권"이라며 "일산이 발달하며 상권의 힘이 많이 줄었지만 풍부한 배후수요와 역세권이란 시너지 효과로 아직까지 고양시에서 가장 장사가 잘 되는 상권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화정 로데오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게 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라며 "점포 공급 수준이 적당량을 항상 유지하기 때문에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없다"고 덧붙였다.

화정역 상권의 파워는 유명 브랜드들의 입점 상황에서도 알 수 있다.

로데오 거리 반경 100m 이내에 세이브존 롯데마트 월마트 등 대형 쇼핑몰 3개와 롯데리아 맥도날드 크리스피크림도넛 등 유명 패스트푸드점들이 밀집해 있다.

이목화 롯데리아 화정역점 매니저는 "주중 하루 매출은 250만~300만원,주말에는 400만~450만원 정도"라며 "일산구까지 포함한 고양시 12개 점포 중 화정역점이 매출 순위 1위"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로데오 거리라 젊은이들이 많을 것 같지만 고객의 60%는 주부들과 가족 동반 고객"이라며 "다른 유흥상권과는 달리 아파트 배후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호 미스터피자 화정점 대표는 "손님들이 화정동뿐 아니라 원당과 가라뫼에서도 온다"면서 "가족 단위 손님이 많고 유흥상권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밤 11시까지도 매장이 붐빈다"고 밝혔다.

장용화 놀부부대찌개 화정점 대표 역시 "가족끼리 오는 손님이 40% 정도 된다"면서 "라페스타가 생기고 젊은 고객층이 이탈했지만 가족 고객이 많기 때문에 큰 타격은 없다"고 전했다.

일산구 대화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최재완씨(29)는 "새벽 2~3시에도 술 한 잔 하고 싶을 때 찾을 수 있는 곳이 화정 로데오 거리"라면서 "라페스타가 약간 고급스러운 분위기라면 이곳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로데오 거리'라는 명칭에 걸맞지 않게 유흥주점이나 성인오락실 안마시술소 등이 많다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1996년부터 10년간 화정에서 장사를 해 온 유능수 화정문구센터 대표는 "1999년부터 2000년까지 각종 유흥업소가 난립하며 사회문제까지 된 바 있다"면서 "지금은 그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유해업소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해 40여명의 상인들이 화사모(화정을 사랑하는 모임)라는 친목회를 결성하고 불우이웃돕기나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상가번영회 회장을 지냈던 박상돈 청소년문화연대 조인핸드 대표 역시 "IMF 이후 경기가 나빠지며 각종 성인 관련 업종들이 들어서 아직까지 상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1998년 '로데오 거리'라는 명칭을 짓고 문화의 거리로 만드려는 시도를 해오고 있으나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화정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한수정씨(24·여)는 "술집은 많지만 20대 여성이 즐길만한 카페 등이 부족한 것은 단점"이라며 "밤만 되면 나이트 삐끼가 돌아다니고 격이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화정동 주민인 전수진씨(27·여) 역시 "가기 편해서 로데오 거리에 오지만 유해 업소가 너무 많아 자주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용석 고양시 시의원(열린우리당)은 "화정 로데오 거리에 지금처럼 유흥업소만이 난립한다면 라페스타 등 다른 상권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면서 "업종을 화랑 전시장 등으로 바꾸는 것을 유도해 화정동을 서울의 인사동이나 대학로처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